창덕궁 희정당의‘금강산도’벽화, 눈앞에 펼치다 - 국립고궁박물관,「창덕궁 희정당 벽화」특별전 개최 / 2017.12.13.~2018.3.4. - |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연수)은 오는 2017년 12월13일부터 2018년 3월 4일까지 「창덕궁 희정당 벽화」 특별전을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희정당(熙政堂) 벽화는 1920년 해강 김규진((海岡 金圭鎭, 1868~1933)이 그린 <총석정절경도(叢石亭絶景圖)>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金剛山萬物肖勝景圖)> 두 점이다. 비단에 그린 그림을 종이에 배접하여 벽에 붙이는 부벽화(付壁畵) 형식으로 제작됐으며, 세로 196cm, 가로 883cm에 이르는 대작이자 마지막 궁중 장식화다. 조선 시대 진경산수 화가들이 즐겨 그린 금강산을 큰 화폭에 그려 희정당 벽면을 장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1920년 제작되어 오랜 세월 노출되어 있으면서 훼손이 진행되어 보존처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는 이 두 점의 벽화를 2015년 8월 분리해 2016년 12월까지 보존처리를 했다. 처리를 마친 후 원본은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하고 희정당에는 모사도를 제작해 붙였다. 희정당 내부는 그동안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2005년 한 차례 공개되었을 때도 전각의 규모가 워낙 커 멀리서만 확인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렇게 벽화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는 제작된 지 98년 만에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었다. 먼저, ▲ 1부 전시 ‘창덕궁 희정당’에서는 벽화가 설치된 공간인 ‘창덕궁 희정당’을 보여준다. 창덕궁 희정당은 대조전(大造殿), 경훈각(景薰閣)과 함께 내전(內殿)을 구성하는 건물로, 본래 국왕이 신하들을 만나 국정을 보던 편전(便殿)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경운궁(慶運宮)에 머무르던 순종 황제가 1907년에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는 접견실로 사용되었다. 1917년에 일어난 화재로 내전 전각이 모두 소실되면서 현재 건물은 1920년에 재건한 것이다. 경복궁 강녕전(康寧殿)의 자재를 사용하여 겉모습은 조선식이지만 설비, 가구와 실내장식은 서양식인 건물로 재건했으며, 이때 대청의 동·서벽 상단 전체에 전에 없던 대규모의 벽화를 붙여 장식했다.
▲ 2부 전시는 ‘창덕궁 희정당 벽화’가 주제이다. 형식, 주제, 화풍 등 여러 면에서 기존의 궁중 장식화나 진경산수화의 전통과 구별되는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 두 점의 벽화가 소개된다. 희정당 벽화는 이전에 궁중 장식화로는 그리지 않았던 금강산 실경을 주제로 했으며, 창호나 병풍에 주로 그려졌던 기존 궁중 장식화와는 달리 비단 7폭을 이은 압도적 규모이다. 화가 김규진이 그림 제목(화제, 畫題)과 낙관(落款)으로 작가적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점, 전통적 청록산수화풍과 근대적 사생화풍을 함께 사용해 묘사한 점에서도 변화상을 볼 수 있다. 한편, 두 점의 벽화를 그리기 위해 김규진이 금강산을 답사하며 제작한 초본인 <해금강총석도(海金岡叢石圖)>도 전시된다. 이 작품은 1974년 이후 실물로는 처음 공개된다.
▲ 3부 전시 ‘해강 김규진’에서는 작가 김규진이 금강산과 관련하여 벌였던 활발한 서화 활동을 보여준다. 김규진은 주로 묵죽도와 서예작품으로 유명하나 기념비적 대표작인 희정당 벽화는 금강산 실경을 주제로 하였다. 그는 금강산 표훈사, 신계사 등의 의뢰로 큰 글씨를 써서 이를 암벽에 새기기 위해 금강산을 여러 차례 여행하였다. 금강산에서 전람회나 휘호회를 열었고, 금강산 그림과 여행기를 신문에 연재하였으며, 이를 모아 『금강유람가金剛遊覽歌』라는 단행본도 발행하였다. 이러한 활동은 희정당 벽화가 제작된 1920년 전후에 집중되었는데, 당시 금강산이 대중 관광지로 개발되어 관광 열풍이 불었던 상황과 관련이 깊다. 이때 발행한 단행본인 『금강유람가』도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전시된다.
특별전 기간에는 전시 내용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먼저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강당에서 4개의 특별강연회가 마련되었다. 2018년 1월 18일에는 ▲ 1920년 창덕궁 내전 권역 중건의 건축사적 고찰(남호현 순천대학교 교수), ▲ 전통과 근대의 경계인: 해강 김규진의 삶과 예술세계(목수현 명지대학교 객원교수), 2월 8일에는 ▲ 20세기의 금강산 그림(이태호 전 명지대학교 교수), ▲ 해강 김규진의 금강산 기행과 금강산도(이홍주,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강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또한,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활동지와 함께 하는 전시해설’(선착순 15명, 12.16./12.23./2018.1.2.~1.22.)이 진행되며, 초등학생을 포함한 가족들이 함께 참여하여 관람이 제한된 창덕궁 희정당을 답사하는 ‘창덕궁 희정당 답사’(30명 내외, 2018.1.8./1.15./1.22.) 등 특별전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강연회 참석은 현장에서 접수하며, 교육프로그램 참가를 원하는 분들은 오는 18일 오전 10시부터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 교육–교육 신청)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행사 참여에 관한 더 자세한 사항은 전화(☎02-3701-7634)로 문의하면 된다.
총석정절경도叢石亭絶景圖
Wonderful Views of Chongseokjeong Pavilion
김규진, 1920년, 비단에 채색, 195.5×882.5cm
등록문화재 제240호
해강 김규진(海岡金圭鎭)이 1920년 재건된 창덕궁 희정당 접견실의 동쪽 벽화로 그린 것이다.
총석정은 강원도 통천군 해안가에 위치한 누정(樓亭)으로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하나이다.
육각형 돌기둥이 해안을 따라 무리 지어 늘어선 이곳의 기이한 경치는 예로부터 여러 사람에게 찬미 받으며 문학과 회화의 주제로 다루어졌다. 김규진은 희정당 벽화를 그리기 위해 이미 여러 번 방문했던 금강산을 다시 찾아 스케치하였다. 특히, 총석정 경치를 그리기 위해 배를 타고 나가 바다 쪽에서 바라본 경관을 사생하여 이 그림의 초본에 해당하는 <해금강총석도>를 제작하였다.
<총석정절경도>는 같은 시점에서 총석정 전경을 담은 <해금강총석도>나 총석정 사진과 비교하면, 오른쪽 총석 일부를 생략하고 왼쪽에 여백을 두어 바다와 하늘을 넓게 그렸다. 또 총석 사이의 간격은 좁히고 총석 높이를 과장하였다. 비단 7폭을 이어 만든 큰 화면에 수평 구도로 경치를 펼쳐내어 장대함을 연출하고, 총석의 수직적 높이를 강조하여 바로 앞에서 총석을 올려다보는 듯한 현장감을 자아낸다. 그물망처럼 그린 물결과 총석 표면에 찍은 녹색 점, 청록색 안료로 칠한 언덕의 표현에서는 전통적인 청록산수화풍이 엿보인다. 그러나 색조 대비를 통한 바위 질감의 사실적인 표현과 과감한 구도에서 김규진의 새로운 시도를 볼 수 있다
금강산만물초승경도金剛山萬物肖勝景圖
Extraordinary Views of Manmulsang, Geumgangsan Mountain
김규진, 1920년, 비단에 채색, 195.5×882.9cm
등록문화재 제241호
해강 김규진(海岡金圭鎭)이 1920년 재건된 창덕궁 희정당 접견실의 서쪽 벽화로 그린 것이다.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만물초는 각양의 화강암 봉우리가 모인 기암괴석군으로 외금강(外金剛)을 대표하는 절경이다. 세상 만물의 모양을 모두 담고 있는 것 같다는 뜻에서 그 명칭이 유래하였다.
<금강산만물초승경도>는 7폭의 비단을 연결한 화면에 만물초의 경관을 그렸다. 첩첩이 포개진 험준한 봉우리와 울창한 산림이 부감하듯 펼쳐져 있고, 화면 하단에는 온정천(溫井川)이 흐른다.
묵직하고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가 겹쳐진 골짜기 사이로 흰 안개구름이 부드럽게 감아 돌며 흐르고 있어 화면에 리드미컬한 공간감과 신비감을 주고 있다.
김규진은 어느 곳에서도 한 눈에 조망할 수 없는 만물초의 광활한 풍경을 한 화면에 조화롭게 배치하기 위해 전도(全圖) 형식을 택하였다. 이는 경물의 형태를 분석하여 화면을 재구성하는 조선 시대 지도식 회화의 전통이다. 세밀한 필치와 화려한 채색이 주는 장식적 효과는 궁중회화의 특징이다. 그러나 바위나 산세를 묘사하는 특정한 서예적 필법인 준법(峻法)을 사용하지 않고, 사진과 같이 실제 바위의 모양을 있는 그대로 사생하여 그린 점에서 근대적 면모를 찾을 수 있다.
해금강총석도海金剛叢石圖
Chongseok Rocks in Haegeumgang
김규진, 1920년, 종이에 채색, 37.0×335.0cm
개인 소장
1920년 여름, 김규진이 희정당 벽화 제작을 의뢰받은 후 이를 준비하기 위해 금강산을 돌아보고 그린 작품이다. 제발문의 내용대로 배를 타고 나아가 바다 쪽에서 보이는 총석정의 전경을 수평으로 긴 화면에 펼쳐 그렸다. 간결한 필선을 활용하고 넓은 바다를 여백으로 처리한 점 등은 초본으로서의 성격을 보여준다.『조선금강산사진첩』(1913)에 수록된 총석정 사진과 비교해 보면 돌기둥과 언덕, 나무 등 경물의 배치와 형태가 실제 경관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발 해석]
庚申初夏因昌德宮熙政堂壁畵事奉命入金剛之路經到通川庫底登叢石亭觀水石之天下絶勝駕小舟寫其全景起草轉向金剛周覽名勝各處數幅而歸家乃引伸模寫此畵及萬物肖全景進獻掛御壁留此草本以供後人之記念海岡
경신년 초여름 창덕궁 희정당 벽화일로 인하여 명을 받들고 금강산에 들어가는 길에 통천군 고저면에 이르러 총석정에 올라가 수석이 천하에 절승함을 보고 작은 배를 타고 그 전경을 그려 초본을 만들었다. 다시 금강산으로 향하여 그 명승 각처를 돌아보고 몇 폭을 그려 집에 돌
아와 이를 확대해 그려 이 작품과 만물상 전경을 나라에 바쳐 궁 안벽에 걸고 이 초본은 남겨 후세의 기념으로 하다. 해강.
특별전 연계 프로그램 개요 |
□ 특별 강연회
일 시 | 장소 | 강 연 자 | 강연주제 |
‘18.1.18.(목) 14:00 |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강당 | 남 호 현 (순천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1920년 창덕궁 내전 권역 중건의 건축사적 고찰 |
목 수 현 (명지대학교 객원교수) | 전통과 근대의 경계인: 해강 김규진의 삶과 예술세계 | ||
‘18.2.8.(목) 14:00 |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강당 | 이 태 호 (전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 | 20세기의 금강산 그림 |
이 홍 주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 해강 김규진의 금강산 기행과 금강산도 |
* 참가방법: 현장 접수
□ 교육 프로그램
교육명 | 일 시 | 장소 | 대상 | 내용 |
활동지와 함께 하는 전시해설 | ‘17.12.16.(토), 12.23.(토) ‘18.1.2.(화)~1.22(월) 해당 기간 중 주말 및 공휴일 제외 (시간 : 11:30~12:20) |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 | 초등학교 4~6학년 (회당 15명) | 초등생 눈높이에 맞춘 특별전 전시 해설과 활동지 학습 |
창덕궁 희정당 답사 | ‘18.1.8.(월), 1.15.(월), 1.22.(월) (시간: 13:30~16:00) |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 창덕궁 희정당 | 초등학생 포함 8가족 (4인 가족 기준, 회당 32명 내외) | 벽화가 설치된 창덕궁 희정당 현장 답사 |
* 참가신청: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 선착순 접수
<글. 사진 출처 :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