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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신진도에서 조선시대 안흥진 수군(水軍) 군적부 발견

노촌魯村 2020. 6. 4. 10:10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귀영)는 충남 태안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 고가(古家) 벽지에서 조선 후기 수군(水軍)의 명단이 적혀 있는 군적부(軍籍簿)를 지역 주민의 신고로 발견하였다. 발견된 수군 군적부는 고가(古家)의 벽지로 사용된 상태였다.

* 군적부(軍籍簿): 군역의 의무가 있는 장정(壯丁) 명단과 특징을 기록한 공적 문서

 

수군 군적부는 조선 후기인 19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안흥진 소속 60여 명의 군역 의무자를 전투 군인인 수군(水軍)과 보조적 역할을 하는 보인(保人)으로 나누어 이름, 주소, 출생연도, 나이, 신장을 부친의 이름과 함께 적어둔 고문서다. 수군의 출신지는 모두 당진현(唐津縣)으로, 당시의 당진 현감 직인과 수결(手決)이 확인되었다.

* 보인(保人): 직접 군역에 종사하지 않고 보조적 역할을 하는 병역 의무자

* 수결(手決): 자필로 서명을 하는 결재 방식

 

세부 내용을 보면 수군(水軍) 1인에 보인(保人) 1인으로 편성된 체제로 16세기 이후 수군편성 체계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서다. 무엇보다 국가에서 관리하던 문서가 수군 주둔지역의 민가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군적부의 용도는 작성 형식이나 시기로 미루어 수군의 징발보다는 18~19세기 일반적인 군역 부과 방식인 군포(軍布)를 거두어 모으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군포(軍布): 군복무를 직접하지 않는 병역 의무자가 그 대가로 납부하던 삼베나 무명

 

이곳 안흥량(安興梁) 일대에 주둔했던 수군은 고려 후기부터 조선 시대까지 이어졌던 왜구의 침입을 막고, 유사시에는 한양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군 역할을 하였다. 특히, 수군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험조처(물살이 빠르고 항해가 어려운 바다)인 안흥량 일대를 통행하는 조운선의 사고 방지와 통제를 하는 것이기도 했다.

* 안흥량(安興梁): 태안 앞바다 일대 신진도, 마도, 관장목을 연결하는 물길이 험한 구역

 

군적부가 발견된 태안 신진도 고가(古家)의 상량문(上樑文)에는 ‘도광(道光) 23년’이라는 명문이 적혀 있어 건축연대가 1843년으로 판단된다. 또한, 판독이 가능한 한시(漢詩) 3편도 함께 발견되었다. 이 시는 당시 조선 수군이거나 학식을 갖춘 당대인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수군진촌(水軍鎭村)의 풍경과 일상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 도광(道光): 청나라 도광제(道光帝) 선종의 연호로 도광 23년은 1843년을 이름

 

신진도 수군진촌에 자리한 능허대(凌虛臺) 백운정(白雲亭)은 예로부터 ‘능허추월(凌虛秋月)’이라 하여 안흥팔경(安興八景) 중의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중국의 능허대와 모습이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하며, 옛날 중국 사신들이 안흥 앞바다에 체류할 때 이곳을 소능허대(小凌虛臺)라고도 칭하였다. 또한, 도처의 시객(詩客)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시를 짓던 유명한 곳이기도 하여, 새로 발견된 한시 3편은 이 지역의 문학적인 맥락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충청 수군 군적부는 현재까지 서산 평신진(平薪鎭) 수군 군적부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어서 이번에 발견한 자료는 희귀성이 높다. 더구나 수군이 주둔했던 현지에서 이름, 나이, 주소, 출생연도 등이 상세히 기재된 문서라서 앞으로의 조선 시대 수군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유물은 2020년 6월 5일(금) 오후 1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리는「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성」 학술세미나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안흥량 일대의 신진도 고가(古家)에서 출토된 군적부를 계기로 삼국 시대 이후 전략적인 요충지였던 안흥량 일대에 넓게 분포한 수군진 유적과 객관(客館, 국외 사신을 영접하던 관청 건물) 유적의 연구와 복원 활용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 聞新說開鶯宴四方爲士多歸之 문신설개앵연사방위사다귀지

새로 잔치를 베풀어 열었다는 소문으로 사방에 선비들이 많이 돌아왔다.

 

但知生業學不聞 다만 생업 하는 사람만 알고 학문하는 사람은 듣지 못해서

此年小來曾未宴 이로 해마다 올 사람이 적어 일찍이 잔치를 못 했었다.

一依海濘樂釣□ 바다에 의지해 낚시 하나로 즐길 □뿐이고

此時江村無心讀 이때까지는 강촌에 마음을 둠이 없었다.

 

文章多士成大開 문장 능한 많은 선비들로 성대하게 열리게 되어

父母爲子賢士效 부모에 자식 된 사람들은 현사들을 본받게 되었네.

千里逢迎雲如集 먼 길에서 만나고 맞으며 구름같이 모여

草堂賓客上下列 초당에 빈객들이 위아래로 늘어서 있네.

 

物物陳陳如此多 물품은 진진하여 이같이 많고

四方士士爭相來 사방에 선비들은 서로 다투어 오네.

堯舜日月近海島 요순 세월 같은 앞바다 섬에는

自來遺風此時盛 예부터 내려오는 유풍이 이때까지 성하구나.

 

賢人飮酒煩盡醉 현인도 술을 마시면 번거롭게 다 취하고

夕場在山鳴上下 석양에 산에는 위아래서 새 울음이라.

滿坐盃盤是浪藉 가득히 앉아 술잔 소반이 이렇게 즐비하니

自古自來第一宴 예부터 시작하여 이래에 제일의 잔치로다.

 

靑春白髮上下坐 젊은이와 노인들이 상하로 앉아

或醉歌舞人盡醉 혹은 취하여 노래하고 춤추며 사람들이 다 취하였다.

此宴難逢聖世華 이 같은 잔치 만나기 어려우니 성세의 빛남이라

夕陽歌唱各散歸 석양에 노래 부르며 각각 흩어져 돌아가네.

2. 雲深不知處 운심부지처

구름이 깊어 있는 곳을 알지 못하겠네.

 

吾羊友知處山深 나와 노닐던 지우가 깊은 산속에 사는데

山下此家山上雲 산 아래는 이 집이요 산 위에는 구름이라.

惟吾本是隱山雲 오직 우리는 본시 산 구름 속에 은거하였으니

有友多年來到少 벗이 있으나 여러 해 찾아오기는 적었네.

淸風松榻鶴罷眠 맑은 솔바람 부는 자리 학도 졸음을 깨고

霧鎻柴門狵吹信 안개에 잠긴 사립문에 삽살개가 지키고 있네.

回首四處忽入眼 머리 돌려보니 사방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데

雲色蒼蒼起層層 구름 빛만 창창하여 층층이 일어나네.

 

 

 

3. 鶯啼綠樹深 앵제녹수심

녹음 짙은 나무에 꾀꼬리 울음

 

以假啼時綠陰節 새 우는 시절로 인하여 녹음의 계절이라

萬鳥之中有名鶯 여러 새 중에 꾀꼬리가 유명하다.

三千羽族初粧立 수많은 새 중에 처음으로 단장하고 나섰으니

和氣靑春象舌均 화한 기운은 푸른 봄을 상징한다고 다 같이 말들을 하네.

雙〃黃鳥樹陰過 쌍쌍이 황조(꾀꼬리)는 나무 그늘을 지나고

□〃萬鳥柳枝坐 □〃이 여러 새가 버들가지에 앉았네.

到處江山是綠樹 이르는 곳마다 이 강산 이 푸른 나무에

綿緡聲聲好時節 좋은 옷 입고 소리마다 좋은 계절이라.

片〃金□第一光 조각조각 금빛 □ 제일로 빛나고

聲聲好語無限好 소리마다 좋은 속삭임 무한히 좋구나.

 

출처 :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