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보물 제419-3호 ‘삼국유사 권4~5’를 국보로 지정 예고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원(元)나라 법전인 ‘지정조격 권1~12, 23~34’를 비롯해 ‘장용영 본영 도형 일괄’을 보물로 지정 예고하기로 하였다.
국보로 지정 예고되는 보물 제419-3호 ‘삼국유사 권4~5’(2002.10.19 지정)는 부산 범어사 소장본으로 총 1책이며, 전체 5권 중 권4~5만 남아 있다. 범어사 초대 주지를 역임한 오성월(吳惺月, 1865~1943)의 옛 소장본으로 1907년경 범어사에 기증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국유사』: 고려 일연(一然) 스님이 1281년(고려 충렬왕 7년) 편찬한 책으로, 고조선부터 삼국시대의 역사‧문화에 관한 설화 등을 종합했다는 점에서 한국 고대사 연구의 보고(寶庫)로 알려져 있음. 처음 간행한 시기나 간행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아 ▲일연스님이 입적(入寂)하기 전 간행했다는 설 ▲1323년(고려 충숙왕 10년)경의 무극(無極)이 간행했다는 설 ▲1394년(태조 3년) 경 경주부사 김거두(金居斗)가『삼국사기』를 중간(重刊)하면서 함께 간행하였다는 설 등이 있음. 고려시대 판본은 알려지지 않았고 현존하는 가장 이른 판본은 1394년 경 판각된 조선 초기 판본임
현재 동일판본으로 지정된 국보 2건(국보 제306호, 국보 제306-2호)과 비교했을 때 범어사 소장본은 비록 완질(完帙)은 아니지만 1394년 처음 판각된 후 인출(印出) 시기가 가장 빠른 자료로서 서지학적 의미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존 지정본에서 빠진 제28∼30장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자, 1512년(중종 7년) 간행본의 오탈자를 확인할 수 있어 현재까지 알려진 삼국유사 판본에 대한 교감(校勘)과 원판(原板) 복원을 위한 자료로서 역사‧학술적인 중요성이 크다.
아울러 범어사 소장본은 서체, 규격, 행간(行間) 등에 있어 후대에 간행된 1512년 간행된 판본과 밀접한 양상을 보여 조선시대부터 판본학적으로도 중요하게 인식되었으며, 단군신화(檀君神話)를 비롯해 향찰(鄕札, 신라식 음운 표기방식)로 쓴 향가(鄕歌) 14수가 수록되어 있어 우리나라 고대 언어 연구에도 많은 참고가 된다.
보물 제419-3호 ‘삼국유사 권4∼5’는 현존하는 동종 문화재 가운데 가장 빠른 인출본이자 보존상태가 양호하여 기타 지정본의 훼손되거나 결락된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 종교・역사・지리・문학・언어・민속・사상 등 다양한 분야에 거쳐 고대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복원할 수 있는 사료의 집합체라는 인류문화사적 의의를 감안한다면 국보로 지정해 그 가치를 널리 알리고 보존‧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정조격 권1~12, 23~34’는 비록 완질은 아니지만 국내외를 통틀어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된 현존하는 유일의 원나라 법전으로, 경주 양동마을의 경주손씨(慶州孫氏) 문중에 600년 넘게 전래되어 온 문적이다.
* 전래배경: 조선 시대 명문가 중 하나인 경주손씨 집안에 ‘지정조격’이 전래된 배경으로 학계에서는 손사성(孫士晟, 1396~1435), 손소(孫昭, 1433~1484) 등 조선 초기에 활동한 선조들이 승문원(承文院, 조선 시대 외교문서를 담당한 관청)에서 외교문서를 담당하면서 외국의 법률, 풍습 등을 습득하고자 ‘지정조격’을 접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음
『지정조격』(至正條格)은 1346년(고려 충목왕 2년, 원나라 순제 6년)에 간행된 원나라 최후의 법전으로, 서명의 뜻은 지정 연간(至正 年間, 1341~1367)에 법률 조목의 일종인 ‘조격(條格)’을 모았다는 의미이다.
원나라는 1323년, 1346년 두 차례에 걸쳐 법전을 편찬했지만 명나라 초기에 이미 중국에서는 원본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나 2003년 우리나라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조사 연구진이 발견해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 중국에서는 ‘지정조격’의 원본은 발견되지 않았고 서명과 목록만이『흠정사고전서총목(欽定四庫全書總目)』(청나라 건륭제 명에 의해 간행한 역대 중국서적 목록) 등 후대의 문헌에 전해져 개략적인 내용만 알려져 왔음
『지정조격』은 고려 말에 전래되어 우리나라 법제사와 문화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고려 말까지 형사법(刑事法) 등의 기본법제로 채택되었고 조선에서는 『경국대전(經國大典, 조선의 기본법전)』반포 이전까지 중국의 법률과 외교, 문화 제도를 연구하는데 주요 참고서로 활용되었다.
*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여러 사료를 통해 1423년(세종 5) 원나라 간행본을 토대로 따로 50부를 간행하였고, 1493년(성종 24) 성종이 문신들에게 하사해 읽게 하였다는 내용 등이 확인됨
이상의 역사‧학술 가치에 비추어 경주 양동마을 경주손씨 ‘지정조격 권1~12, 23~34’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알려진 원나라 법전이라는 희소성, 고려와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법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우리나라와 세계문화사에서 탁월한 의미가 있는 중요한 유물이라는 점에서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해 보존하고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
* 외국문화재의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제11조 제1항에 따라 외래품으로서 우리나라 문화에 중요한 의의가 있는 회화‧조각‧공예품 등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할 수 있음
‘장용영 본영도형 일괄(壯勇營 本營圖形 一括)’은 정조(正祖, 재위 1776~1800)의 친위부대였던 장용영(壯勇營)이 주둔한 청사의 본영(本營)을 1799년(정조 23년, 기유본), 1801년(순조 1년, 신유본)에 그린 건축화로서, 채색화 1점과 일종의 평면도안인 간가도(間架圖) 2점으로 구성되었다. 장용영은 도성 안에 본영(本營)을, 수원화성에 외영(外營)을 두고 운영되었기 때문에 이 자료는 도성 안(지금의 서울 종로 4가 이현궁 터 추정)에 설치된 장용영 본영의 현황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 장용영(壯勇營): 1793년 정조가 왕권 강화를 위해 설치한 군영(軍營)으로, 1785년 설치된 장용위(壯勇衛)라는 국왕 호위 전담부대를 개편한 것임. 정예부대로 강력한 왕권을 호위하고자 운영되었으나, 정조가 승하하고 순조가 등극한지 2년 만인 1802년 폐지되었음
* 도형(圖形): 건축이나 지형의 현황을 회화식 또는 도안식으로 그린 그림을 일컫는 조선시대 용어
이 도형은 장용영의 전반적인 현황과 관청의 증개축 변화를 기록하여 왕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자료이기 때문에 정확한 축적에 기초한 평면도와 정교한 필치로 건축물을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 과학적인 측량이 이루어지지 않던 시기에 축적과 지형지세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와 거의 유사한 대지의 형태를 표현했으며 ▲ 채색도와 간가도(間架圖, 평면도안)를 한 벌로 작성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건축적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고, ▲ 후대에 확장된 건물을 다시 그려 장용영이 확장되어 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지금은 없어져 형체를 알 수 없는 장용영의 정확한 규모와 세부 건물의 배치와 기능을 알려주는 자료로서, 정간 구획의 대형 평면도와 이와 합치하는 채색건물도가 함께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사례이자 유일한 도형이다.
‘장용영 본영도형 일괄’은 ▲ 제작시기와 목적이 명확하고 건축기록화의 제작 방법, 활용과 발전과정을 보여주는 실증유물이라는 점, ▲ 간가도(間架圖)와 채색도를 함께 제작해 기타 간가도와 차별성이 돋보인다는 점, ▲ 측량에 기반을 둔 대지 형태를 반영해 단순한 기록화의 수준을 벗어나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다는 점, ▲ 건물에 대한 사실적 묘사로 회화적 예술성과 더불어 풍부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역사‧예술‧학술적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므로 보물로 지정해 보존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청은 국보로 지정 예고한 보물 제419-3호 「삼국유사 권4~5」를 비롯해 보물로 지정 예고한 「지정조격 권1~12, 23~34」 등 2건을 포함한 총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국보․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출처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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