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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노촌魯村 2013. 1. 20. 11:24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이우근 학도병)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것입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게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버렸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이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 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 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 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빌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겨우 71명 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 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을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 입으며 왜 수의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 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 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니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 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 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 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테니까요....
그럼....

 

 

  

     

1950. 8. 3. 뙤약볕 속에 전선으로 가는 국군 행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