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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단절된 전통 섬유공예 기술 되살리다

노촌魯村 2015. 2. 18. 00:00

문화재청, 단절된 전통 섬유공예 기술 되살리다

- 금사(金絲) 제작 및 직금 제직(織金 製織) 기술 복원 쾌거 -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총장 김재열) 전통섬유복원연구소는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에서 진행 중인 ‘문화유산융복합연구(R&D)’의 하나로, 4년(2011~2014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전통 금사(金絲) 제작 기술’과 직물(織物) 표면에 금사로 문양을 넣는 ‘직금 제직(織金 製織) 기술’을 복원하는 데 성공하였다.

  

금사(金絲)는 삼국 시대로부터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전통 섬유공예에 사용된 가장 장식성이 뛰어난 소재로 꼽히며, 배지(背紙, 맨 아래에 놓이는 종이) 위에 접착제를 바르고 그 위에 금박 또는 은박을 올려 일정한 너비로 재단하여 만든다.

  

금사를 넣어 문양을 짜는 직금 기술은 직물에 기품과 화려함을 불어넣어 예로부터 의례용 복식뿐만 아니라 장엄용(莊嚴用) 직물의 제작에도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특히 고려 시대에는 직금 공예가 발달하여 다량의 불복장(佛腹藏) 직금 유물이 발견되고 있으며, 조선 시대는 출토복식과 궁중복식 등에서 수준 높은 직금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1733년(영조 9) 문직기(紋織機, 직물에 문양을 넣기 위해 사용하는 틀)의 사용이 금지된 이후로 금사 제작 기술과 직금 제직 기술이 단절되어 지금까지는 직금 유물의 원형복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 불복장(佛腹藏): 사리를 비롯한 여러 물건을 불상 내부에 넣는 의식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섬유복원연구소(소장 심연옥) 연구팀에서는 연구 첫해인 2011년 문헌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의 금사 제작 체계를 밝혀냈으며, 이듬해에는 한국․중국․일본의 금사 유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기술 조사를 수행하였다. 아울러 2013년에는 금사 재현에 필요한 배지, 접착제, 금박 등의 최적 재료요건을 제시하여 금사 제작에 성공하였고, 지난해에는 앞선 3년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전통 수공(手工) 문직기를 제작하여 직금 제직 기술을 재현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는 전통 한지(韓紙)가 배지로 사용되었음을 확인하여 당시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우리 고유의 독자적인 금사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직금 제직 기술 등을 적용여 보물 제1572호 ‘서산 문수사 금동아미타불상’(1346년)의 복장 직물인 고려 시 ‘남색원앙문직금능(藍色鴛鴦紋織金綾, 수덕사 근역성보관 소장)’ 등 직금 유물 3점을 복원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번 복원사업은 전통기술 복원분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섬유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재현․복원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전통 직금 복식 분야뿐만 아니라 현대적 공예 기법과의 접목을 통해 전통문화의 다각적인 활용과 문화관광 자원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 금사 및 직금 제직 기술 복원 과정

  

□ 금사는 삼국 시대부터 직조와 자수 등 전통 섬유공예에 사용되어 온 가장 장식성이 뛰어난 전통 소재 중 하나이다. 금사를 넣어 문양을 짠 직금 직물은 의례용 복식뿐만 아니라 화려한 장엄용(莊嚴用) 직물로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현재 불복장(佛腹藏) 직물과 출토복식 등에서 직금(織金)과 금사 자수(金絲 刺繡) 등 우수한 섬유 유물이 발견되고 있으나, 금사 제작 기술의 단절로 유물의 원형복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 이번 연구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우리나라 전통 금사에 관한 문헌 기록 분석, 유물 조사를 통한 금사의 특성 분석, 중국과 일본의 전통 금사 제작 기술 조사, 금사 복원, 전통 수공 문직기의 제작을 통한 직금 직물 복원 등의 단계로 추진되었다.   

< 연구 추진도 > 

     

□ 연구내용

삼국 시대부터 대한제국 시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전통 금사 제작과 관련된 사서(史書), 법전, 백과사전, 가례(嘉禮), 발기(發記), 악서(樂書), 회화서 등 다양한 종류의 국내 문헌 자료와 중국, 일본의 국외 문헌 자료를 포함하여 총 111종의 문헌을 살펴보았다. 금사와 관련된 직물과 복식 자료를 정리함으로써 금사와 금을 활용한 직물의 구체적 근거를 제시 하고 시대별 분류 작업을 시행하였다.

  

연구성과

문헌 자료의 종합적인 정리를 통해 금사의 역사성을 재조명하였다. 금사의 활용과 특징, 변천 과정 그리고 금사, 직금, 자수, 금박, 회(繪), 니(泥), 재료, 기술, 장인 등 금사와 관련된 내용을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시대별로 정리·분류하였다.

문헌에 기록된 금사는 형태, 용도, 제작장소, 배지 등에 따라서 금사(金絲), 은사(銀絲), 금선(金線), 당금사(唐金絲), 중금사(中金絲), 수중금사(繡中金絲), 수금사(繡金絲), 소금사(小金絲), 대금사(大金絲), 칠중금사(漆中金絲), 양피금(羊皮金), 피금(皮金), 훈금(渾金), 초금(草金), 금전사(金牋絲), 편금(片金, 編金) 등이 확인됨에 따라, 금사의 종류는 형태, 용도, 제작장소, 크기 등에 따라 다르게 기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사 제작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배지(背紙)에 대해서는 쇄금지(洒金紙), 금박지(金箔紙), 요지금(要紙金), 금전(金牋), 금전지(金牋紙, 金箋紙, 金錢紙), 지금(紙金), 금지(金紙), 금전(金錢), 오금지(烏金紙), 냉금전지(冷金箋紙), 후첩금지금(厚貼金紙金), 대금전지(大金錢紙)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접착제로 부금장(付金匠)의 경우 아교(阿膠), 당교(唐膠), 주토(朱土) 등의 사용 기록을 확인하였다.

  

또한, 금사 제작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조선 시대 공장 제도로 사금장(絲金匠), 금박장(金箔匠), 연금장(鍊金匠), 재금장(裁金匠), 니금장(泥金匠), 도다익장(都多益匠), 부금장(付金匠), 금전지장(金牋紙匠), 금전지장(金箋紙匠) 등을 확인하였다.

ㅇ 이와 같은 문헌연구를 통하여 당시 다양한 종류의 금사가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금사 제작과 관련된 배지, 접착제, 그리고 공장 체제 및 장인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최초로 확인함에 따라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금사의 제작이 직접 이루어졌음을 밝혀냈다.

    

  

 

□ 연구내용

한국·중국·일본의 금사 관련 유물을 대상으로 금사의 특징 및 제직 특성 조사, 과학적 분석 등 일련의 자료를 정리하였다. 금사의 형태와 색상이 뚜렷한 유물 가운데 국내 소장 37건, 국외 소장 31건으로 총 68건을 선정하였다.

ㅇ 한국은 고려 시대, 조선 시대, 대한제국 시기까지, 중국은 요대, 원대, 명대, 청대, 일본은 모모야마 시대(17세기), 에도 시대(18세기), 19세기에 해당된다. 직금의 시대별·유물별 제직구조 파악, 금사의 형태 및 재료 등 특징 고찰, 금박의 색도 측정 및 성분의 비파괴 분석 등을 시행하여 도출된 결과를 표준 조사 카드로 작성하였다.

  

□ 연구성과

ㅇ 한국과 중국, 일본의 금사 관련 유물을 선정하여 재료와 형태를 중심으로 조사·정리하였다.

ㅇ 금사를 제작하기 위한 배지의 종류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배지는 닥지, 중국은 상피지 및 죽지, 일본은 안피지를 사용하였음을 확인하여 당시 일본과 중국과는 다른 우리만의 독자적인 금사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배지의 밀도는 다른 일반적인 한지에 비하여 치밀한 것으로 보아 금사를 제작하는데 사용되는 배지는 우리나라 전통 도침지(搗砧紙)를 사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사의 배지는 특정 목적에 따라 초지(抄紙)었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직접 금사 제작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최초로 확인하였다.

접착제는 금사유물 배지 표면의 특징과 열화(劣化) 실험 등을 통해 교와 같은 투명 접착제, 그리고 주토와 같은 붉은색을 아교에 첨가하여 사용하였다는 것을 밝혀냈다.

  

     

   

□ 연구내용

ㅇ 금사 제작을 위한 배지의 초지공정과 접착제의 종류 및 농도, 금박의 두께 등을 분석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배지 처리, 부금(付金), 야광(夜光), 재단까지 각 작업과정을 거쳐 편금사(扁金絲)와 연금사(撚金絲)를 제작하였다. 편사와 연사의 너비, 제작 방법 등을 고찰하여 금사 제작에 적합한 기술 조건을 제시하였다. 또한, 금사의 적합성 평가를 위한 실험용 직금을 시직(試織)하여 이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 연구성과

금사 재현에 적합한 배지, 접착제, 금박의 최적 재료 요건을 제시할 수 있었으며, 편사․연사 제작 기술 및 직금 제직에 적합한 금사 요건을 마련하여 금사를 복원하였다.

배지는 한지장 무형문화재와 협업하여 전통 금사 제작에 적합한 배지 선정을 위해 초지 공정을 변경하여 총 3회에 걸쳐 초지를 실시하고 이에 대한 리적강도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증해(蒸解)와 고해(叩解) 작업은 3시간 이내로 실시하고 도침(搗砧) 시 수분을 첨가하여 가공하였을 때 배지의 강도에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편금 사용 배지는 두께 100㎛, 밀도 0.5g/㎤ 정도의 이합지(二合紙)가 가장 적합할 것으로 확인되었다.

 

ㅇ 아교 및 주토 사용 시 적절한 농도에 대한 실험 분석을 실시하였다. 인공열화에 따른 색도변화 관찰 시 아교농도 15%, 주토 첨가 의사시료(擬似試料) 10, 15%에서 안정적이었다. 열화 후 물리적 변형 관찰 결과, 아교 및 주토 첨가 의사시료 모두 농도 5%, 10%에서 안정되었다. 따라서 아교의 농도는 약 10% 정도에서 가장 안정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금사용 금박의 두께는 2㎛ 정도가 적합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편금사는 아교 3%와 명반 0.2% 농도로 배지를 처리하고 그 위에 접착제를 발라 금박을 올린 후 자를 이동하여 너비 0.3~0.4㎜ 정도로 조절하면서 칼로 재단하였다. 재단된 편금사를 사용하여 실험용 직금 직물을 시직한 결과 직물 제직에 사용이 적합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 연구내용

금사 제작 기술과 함께 금사를 넣어 문직물을 제직할 수 있는 전통 수공 문직기술을 국내 최초로 복원하여 대표적인 직금 유물 3점을 복원하였다.

먼저 전통 수공 문직기를 사용하여 직금을 제직하였다. 전통 수공 문직기 원형에 대한 역사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제작·재현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1346년 ‘남색원앙문직금능(藍色鴛鴦紋織金綾)’의 섬유, 조직, 문양 등의 조사·분석을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에 기초하여 편금사를 제작한 후 직금을 제직·재현하였다. 다음으로, 자카드(Jacquard) 수공 문직기를 사용하여 직금을 제직하였다. 자카드 수공 문직기는 현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설치된 것을 사용하였으며, 재현 대상으로 16세기 '금원문직금능(金圓紋織金綾) 저고리'를 선정하였다. 제직·재현을 위하여 섬유, 조직, 문양 등을 조사·분석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편금사와 편은사를 제작한 후 직금을 제직·재현하였다. 또한 조선 시대 ‘연화문직금(蓮花紋織金)’ 1점을 추가 제직하였다.

 

□ 연구성과

ㅇ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영조 때 문직기(紋織機)가 철폐되어 문직기술이 쇠퇴하게 되고 조선 말에는 문양을 짤 수 있는 문직기 및 그 기술이 단절되어 현재는 베를 짜는 베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전통 수공 직기는 직기의 원형 및 구조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조선 시대 『임원경제지』 수록된 문직기도(紋織機圖)와 중국에서 현재 전승되고 있는 문직기의 유형을 참조하여 제작ㆍ복원하는 데 성공하였다. 자카드 수공 문직기는 1800년대 자카드 수공 문직기의 원형을 참조하여 2007년 복원한 직기를 사용하였다. 직금 직물은 전자동 기계 제직이 불가능하므로 수공으로 제직하였다.

ㅇ 복원유물은 보물 제1572호 서산 문수사 금동아미타불상(1346년) 복장직물인 고려 시대 남색원앙문직금능(수덕사 근역성보관 소장)을 복원하였으며, 조선 시대 유물은 문양과 용도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16세기 초 용인 영덕동 출토 장저고리에 사용된 금원문직금능을 분석하여 금사와 은사를 넣어 짠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복원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 외 조선 시대 연화문직금단 1점을 추가 재현하였다.

직금 직물 복원은 섬유 분석, 조직 분석, 문양 분석, 염색 등 복원 대상 유물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모든 과정을 준비하였으며, 총 4회에 걸친 시직을 통해 각각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수정보완한 후 최종적인 제직을 실시하였다. 특히 금사 제작은 이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재료와 제작방법을 선정하였다. 다만, 접착제에 있어 복원 대상 유물의 특징에 따라 1346년 남색원앙문직금능의 편금사 접착제는 아교 농도 10%로 작업하였으며, 금원문직금능 장저고리의 편금사는 아교 농도 10%에 주토 1.5%를 첨가하고 편은사는 아교 10%만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연화문직금단의 편금사 접착제는 아교 농도 10%로 작업하였다.

                                              

   

ㅇ 이번 복원 사업은 전통기술 복원분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으로 섬유 문화유산을 재현, 복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성과는 전통 직금복식의 재현, 복원에 있어 활용도가 클 뿐 아니라 현대적 공예에도 접목시켜 다양하게 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 복원된 직금 기술의 계승과 활용을 위해 체계적인 기술 전승교육을 통한 장인 육성 및 지속적인 계승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글.사진 출처 :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