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지鉅志올시다.
올해 퇴직 10년째이다.
40여 년 동안 공무원생활(교사)을 하였다.
공무원생활을 하는 동안 주로 면소재지 이하에서 근무를 하였고 현재 네 곳의 학교는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된 상태이다.
할머니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다른 손자는 촌에서 공부하여 도시에서 먹고 사는데, 우리 손자는 어찌된 영문인지 도시에서 공부하여 골짝골짝 찾아다니면서 먹고 사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하시였다.
“할머니! 촌에는 사람이 순박하고 착하여 촌에서 생활하는 것이 좋습니다.”고 마음에 없는 대답을 하였지만, 나 역시 인사이동 시즌이면 늘 가슴을 졸이었다.
퇴직 후 늘 그리던 도시에 터를 잡고, 퇴직공무원 상대로 컴퓨터 강의, 국립대구박물관회에서 실시는 문화답사 안내, 자원봉사단에서 ‘교통사고30%줄이기 캠페인’에서 자전거와 신발에 야간반사테이프 붙이기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하였고 지금도 하고 있다.
헝겊으로 만든 손잡이가 긴 가방에 자원봉사단 초록색 조끼와 야간반사테이프를 넣고 집을 나서는데 집사람 왈 “한국동란 직후 피난민 동냥 가방 같다.”
아파트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면서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니, 허름한 옷차림과 키가 작고 볼품없는 풍채, 어깨에 멘 가방을 보니 집사람이 한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자원봉사단 사무실에서 밀린 일들을 마칠 쯤에 컴퓨터를 배우는 한 분이 찾아와 이것저것 질문하기에 대답을 하고, 오늘 배정 받은 장소로 출발하는데 그 분 역시 “한국동란 후 거지 가방 같다”고 한다. 물론 악의가 없는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거지 차림’이라는 말을 또 들었다.
‘교통사고30%줄이기 야간반사테이프’를 *** 주변의 자전거에 붙이기 위하여 ***에 도착하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어 자전거에 반사테이프 붙이기는 포기하고, *** 구역에서 노인들 상대로 신발에 스티커(야간반사테이프)를 붙이는데 그 곳 근무원이 다가와 왈 “아저씨 여기에서 이런 행동을 하면 아니 됩니다. 밖에서 하십시오.” 완전히 잡상인 대우를 받았다.
허름한 옷차림에 헝겊으로 만든 가방, 볼품없는 풍채, 이 추운 날씨에 철 지난 여름 용 봉사 조끼를 입고, 쪼그리고 앉아 남의 신발에 스티커를 붙이는 늙은이 모습이 그 근무원에게는 잡상인 형태로 보인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은 외형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였지만 실상과 다를 때가 역시 많구나!
잡상인에 거지 취급을 받았다.
아뿔싸! 사전에 먼저 양해 받고 행동해야하는데 내 잘못이 크다는 것을 느끼면서, 말없이 반사테이프를 가방에 정리하면서 가만히 오늘 일들을 생각해보니
“그래 나는 거지다. 나는 거지다. 그래 나는 거지(鉅志:鉅클거.志뜻지)다."
"나는 鉅志올시다 ... ...”
“아! 하늘이여 눈이라도 펑펑 내려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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