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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 연곡리석비(鎭川蓮谷里石碑)

노촌魯村 2010. 11. 19. 22:08


 

 

 진천 연곡리석비(鎭川蓮谷里石碑.보물  제404호.충북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 485-4 .보탑사)

이 비에는 글씨가 쓰여지지 않았으며, 또한 비의 주인공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다. 처음부터 비문을 새기지 않은 것인지 지워버린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비머리에도 네모진 비의 이름을 쓰는 자리만 마련되어 있을 뿐 글씨는 없다. 받침부분은 비몸돌과 머리부분을 지탱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으로 거북머리의 모양을 새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말(馬)의 머리에 더 가깝다. 비의 윗부분에는 아홉 마리의 용을 새겼다. 사실적으로 표현되었고 조각기법도 우수하다. 조형양식과 수법으로 보아 고려 전기의 석비로 추정된다.(문화재청 자료)

 

 

 

 

 

 

 

 

 

이것은 진천 연곡리 비석입니다. 白碑(백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시다시피 비석에 글씨가 없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의 건국을 예언한 도선 국사가 우리나라의 吉地(길지)에 백비를 세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백비가 네 개 정도 발견됐다고 하는데 그 중 진천에서 발견된 백비가 가장 큽니다. 이 비석은 일제 시대에 발견돼 보물 404호로 지정됐습니다. 일부에서는 비석의 글씨가 마모된 게 아니냐 말씀하시는데 마모된 것과 글씨가 없는 것은 틀리죠.
   이 비에 대해서 추가로 두 가지 설명드릴 것이 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비석을 세울 때 그 바닥에 거북을 만듭니다. 그런데 이 비의 받침 거북은 다릅니다. 거북이가 살아있다는 겁니다. 살아있다는 말이 뭐냐하면 이렇게 보시다시피 허물을 벗고 있어요. 허물을 벗는 부분을 기술적으로 설명하면 석공이 돌에 정을 잘못치면 돌이 얽먹는다고 그럽니다. 이렇게 돌이 허물벗듯 떨어져 나간답니다. 신기한 것은 돌이 벗겨진 부분은 밋밋해야 하는데 그 안쪽에도 같은 무늬가 남아있는 겁니다.
   이 거북이 언제부터 허물을 벗기 시작했냐 하면 통일대탑을 짓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일전에 어떤 손님께 그 부분을 설명드렸더니 ‘이 거북이는 살아있는 거북이다’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러면 허물은 언제까지 벗습니까’ 물었더니 ‘20~30년 걸릴 거다’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러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됩니까’ 물어보니까 ‘이 돌이 하얗게 변할 거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제가 지금 나이가 사십쯤 되니까 저는 이 거북이가 허물을 다 벗고 비석이 하얗게 변할 때까지 살아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 분의 말씀이 맞는지 확인해볼 겁니다.
   그 다음에 여기 보시면 아까 흥무대왕 유허비에서도 보셨듯 비석 아래부분은 거북이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비석 아랫부분은 보통 거북이가 아닙니다.
   여기 보시면 얼굴 앞쪽이 깎였죠. 진천 사람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냐 하면 일제시대 때 일본 사람들이 훼손시켰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아까 거북이가 살아있다고 설명하신 그 분은 이걸 보고는 ‘머리 부분이 말인 것으로 봐서 이건 天龜(천귀)다’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선생님께서는 어떤 근거로 천귀라고 하십니까’ 물어보니까 과거 중국에서 황하가 큰 홍수로 범람해서 둑에 물이 스몄다고 합니다. 거기서 여러 조형물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몸통은 거북인데 머리는 말인 거북이가 출토됐었다고 해요. 그 조형물은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이 아니라 상상의 동물, 하늘에 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천귀라고 불렀다는 겁니다. 그런 부분에 근거해서 이 조각이 이뤄진 것이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백비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비석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백비가 왜 비문을 새기지 않고 그냥 놔뒀을까. 이 부분은 후손들이 기록하라고 우리 조상들께서 남겨놓으신 거에요. 그렇다면 현재 살아가는 우리가 남길 게 뭐가 있겠어요. 통일이죠. 통일되면 그 기록을 여기에 남길 거라는 말이죠. 그래서 이 비석이 안씌어 있다는 겁니다. 아까 말씀드린대로 진천은 가장 작은 군이지만 이렇게 통일의 씨앗이 뿌려지고 그 꿈이 꿈틀대는 곳입니다. 통일대탑이 그냥 지어진 게 아닙니다. 하고 많은 곳 중에 왜 이 곳에 통일대탑이 들어섰겠습니까.

(조갑제 닷컴.여행 이야기 보탑사 통일대탑과 통일 기원(上)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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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6일 촬영한 연곡리 석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