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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배롱나무의 전설 - 밀양 표충사 -

노촌魯村 2017. 7. 30. 09:53

배롱나무에는 가슴 아픈 사랑의 전설도 서려 있다. 옛날 어느 어촌에 머리가 셋 달린 이무기가 살았다. 이무기는 해마다 마을에 내려와 처녀를 한 명씩 제물로 잡아갔다. 어느 해는 제물로 바칠 처녀를 연모하는 한 청년이 대신하겠다고 나섰다. 청년은 여인의 옷을 입고 제단에 앉아 이무기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무기가 나타나자 청년은 준비한 칼로 이무기의 목을 베었으나 하나는 자르지 못했다.

처녀는 청년의 용감함과 사랑에 반해 목숨을 구해 준 은혜에 보답하고자 평생 반려자로서 함께하자고 했다. 그러나 청년은 이무기의 나머지 목을 마저 베어야 한다며 배를 타고 찾아 나섰다. 떠나면서 “이무기 목을 베는데 성공하면 하얀 깃발을 내걸 것이고,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걸겠소”라고 말했다.

처녀는 청년이 떠난 후 매일 빌면서 청년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백 일이 되는 날, 멀리서 청년의 배가 모습을 보였는데 불행히도 붉은 깃발을 걸고 있었다. 처녀는 청년이 이무기에게 당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자결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깃발은 이무기가 죽으면서 내뿜은 피로 붉게 물든 것이었다.

사정을 알 게 된 청년은 자신의 잘못을 통탄하며 처녀의 시신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 이듬해 그 무덤에서 곱고 매끈한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백 일 동안 붉게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