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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단속사 정당매(政堂梅)

노촌魯村 2019. 5. 3. 07:48

단속사 정당매(政堂梅)(산청 3매.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운리)

정당매는 통정 강회백(1357~1402)이 심은 매화나무로서 꽃의 색깔은 백색이 홑꽃이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운리, 지리산 줄기가 힘차께 뻗어 내려오다가 멈춘 옥녀봉 아래 남향으로 자리한 단속사 절터에는 동.서의 삼층석탑과 주춧돌이 어지러이 놓인 가운데 매화나무 고목이 한 그루 서 있는데, 이것이 정당매(政堂梅)이다.

인재 강희안(1419~1464)양화소록(養花小錄)에 보면 우리 선조 통정공께서 소년시절에 지리산 단속사에서 글공부를 하실 때에 손수 매화 한 그루를 뜰 앞에 심어놓고, 시 한 수를 읊었다고 씌여 있다. 여기서 인재가 말하는 선조는 고려 말기의 문신인 통정(通亭) 강회백(1357~1402)으로 우왕2(1376)에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이 점점 높아져서 정당문학(政堂文學, 중서성과 문하성의 종2품 벼슬)겸 대사헌에 이르렀다. 공양왕 4(1392) 정몽주가 살해된 뒤 진양에 유배되었다가 조선 건국 후 태조 7(1398) 동북면 도순문사(都巡問使)가 되었다.

그는 경남 산청 출신으로 강희안의 조부가 되며 통정이 소년시절 정당매를 심었다.

통정집에 기록된 시는 그가 46세로 일생을 마치기 전에 손수 심은 정당매를 찾아와 읊은 시로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커다란 감동과 감회를 느끼게 한다.

단속사의 스님들이 공의 재덕(才德)을 생각하고 깨끗한 풍채와 고매한 품격을 사모하여 그 매화를 보면 곧 공을 본 듯 하였다. 해마다 흙으로 뿌리를 다져주고 북돋아 기르기를 때를 맞춰 알맞게 하였다.

그 가지의 모양이 가까스로 굽고 또 푸른 이끼가 나무줄기를 감싼 것이 매보(梅譜)에서 말한 고매(古梅)와 다름이 없으니 참으로 영남의 한 고물이라 하겠다. 이로부터 영남에 나랏일로 오는 사람들이 이 고을에 오면 누구든지 단속사를 찾아서 그 매화를 감상하고 우리 선조의 시운에 맞춰 시를 써서 문 위에 걸어놓곤 하였다.

이와 같이 단속사의 스님들은 이 매화나무를 극진히 보살피게 되었고, 통정공의 후손들과 영남에 내려오게 된 관리들이 정당매를 찾게 되었다. 이 매화나무의 나이는 통정공이 소년시절 단속사에서 글을 읽을 때 심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므로 그가 이 절에서 공부한 시기를 20세 이전의 등과하기 전으로 본다면 대체로 1376년 이전에 식재된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수령은 630년이 넘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정당매는 높이 8m에 둘레가 1.5m로서 근간에서 4본의 지간이 생겨 위로 혹은 옆으로 뻗었다. 꽃의 색깔은 백색이며 홑꽃이다. 320일 전후이면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려 맑은 향기를 퍼뜨린다.

후손들은 이 정당매를 기념하기 위하여 비각을 짓고 비를 세웠다. 매각(梅閣)1915년에 매비의 건립과 함께 건립된 것으로 정당매각(政堂梅閣)'이란 넉자로 된 현판이 걸려 있으며, 비각 안에는 매각을 세운 연유를 기록한 정당매각기(政堂梅閣記)'와 통정공의 매화원운(梅花原韻)의 시와 후손들의 시 여러 편이 걸려 있다.

현재 이 정당매는 19821110일자로 경상남도의 도나무(고유번호 12~41 )로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출처 : 산청군청)


 


정당매 옆에는 정당매각이 세워져 비각 안에는 두 개의 비석이 있다. 1915년에 건립된 비각 안의 시비에는 비각을 세운 이유를 적은 정당매각기와 통정공 강회백의 시, 강회백 후손들이 지은 시 등 여러 편의 시가 적혀 있다. 


聞香千里古山來(문향천리고산래) 

향기 찾아 천리길 옛 고향에 찾아오니   

萬疊頭流一樹梅(만첩두류일수매) 

첩첩한 두류산에 한 그루 매화가 서 있네 

如答雲乃追慕意(여답운내추모의) 

구름도 추모의 뜻을 표하듯 두둥실 흐르는데   

滿天風雪爛然開(만천풍설난연개) 

하늘 가득한 눈바람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었구나. 









사명대사(유정)가 젊은 시절 잠시 단속사에 머물면서 인근 산천재에서 후학을 가르치던 대학자 남명(南冥) 조식선생을 만났다. 이때 남명선생이 사명대사(유정)에게 시를 한 수 써 주었다고 한다.

贈山人惟政(증산인유정 - 산사람 유정에게 주는 시) 

花落槽淵石(화락조연석) 

꽃은 연못가 돌 위에 떨어지고   

春深古寺臺(춘심고사대) 

옛 절의 축대 위엔 봄이 깊었네 

別時勤記取(별시근기취) 

이별의 때를 기억해 두시도록   

靑子政堂梅(청자정당매) 

정당매 푸른 열매 맺었을 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