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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구박물관 특별전‘나무에 새긴 마음, 조선 현판’ 개최

노촌魯村 2023. 11. 6. 13:09

□ 전시기간: 2023.11.7.(화)~2024.2.12.(월) *매주 월요일은 휴관
□ 전시장소: 국립대구박물관 기획전시실 Ⅰ·Ⅱ
□ 전시품: 경운궁 현판, 대안문 현판, 이광사가 쓴 연려실 현판 등 105건 114점
□ 입장료: 무료
□ 관람방법: 일반관람 ※사전 예약 없음, 단체 예약만 가능

2023.11.6(월).15:00 개막식

  국립대구박물관(관장 김규동)과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직무대리 노명구)은 특별전 ‘나무에 새긴 마음, 조선 현판(2023.11.7.~2023.2.12.)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운궁 현판, 대안문 현판, 이광사가 쓴 연려실 현판 등 105건 114점을 선보인다. (보물 1건, 원행을묘정리의궤)

  조선의 건물에는 왕실과 민간에 이르기까지 건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현판을 달았다. 현판은 공간의 이름표이자 역사를 함께한 시대의 동반자이기도 했다. ‘현판식’이라는 말이 있듯 현판은 건물과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화룡점정’의 역할을 하였다.

  2023년 10월 15일 대중에 공개된 광화문 현판 공개를 예로 들 수 있다. 광화문에 다시 걸리게 된 현판의 모습은 단순히 나무판을 넘어 건물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수많은 사람이 현판식에 환호하였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판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보, 보물로 지정된 현판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궁중과 민간에서 사용한 현판을 살피고, 의미를 헤아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현판을 통해 사람, 공간(자연)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었다. 먼저 1부에서는 현판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글쓴이, 글씨체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종류와 모양의 현판을 만나볼 수 있다. 2부는 민간의 현판을 보여준다. ‘인연을 담다’라는 부제와 같이 집의 이름, 배움과 가르침,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담은 공간에 자리했던 현판들이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3부에는 궁중의 현판이 자리한다. 백성을 위한 마음, 신하와의 어울림, 성군의 도리를 주제로 다양한 궁중 건물의 현판을 소개한다. ‘이상을 담다’라는 부제처럼 국가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이상을 담아낸 현판을 통해 조선 궁중 현판의 진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부는 민간과 궁중의 현판을 함께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인연과 이상이 공존하며 조화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고자 했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현판에 관한 생각을 되새겨 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전시에서는 관람객의 현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상세한 정보가 담긴 현판 설명카드와 현판 이야기가 소개된다. 관심 분야가 각기 다른 관람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또한 전시는 Ⅰ실과 Ⅱ실의 두 공간에서 진행되며 각 실별로 현판의 주제에 맞는 영상 공간을 작가와 협업하여 연출하였다. 관람객은 이 공간에서 어우러진 조경과 미디어아트 ‘옥같이 맑은 물방울이 모이는 곳’, ‘밝은 달의 주인’을 통해 현판에 대한 이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전시 입장료는 무료이다. 단체당 예약 가능 인원은 최대 60명이며 국립대구박물관 누리집(https://daegu.museum.go.kr/)에서 단체 관람 예약이 가능하다. 

  시간과 공간은 변하였으나 남아 있는 현판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람 간의 연대, 나눔과 조화를 통한 ‘사람다움의 발견’이다. 그것이 2023년 현재, 우리가 현판을 되돌아보는 이유이다.

1. 이광사가 쓴 연려실 현판

이광사李匡師(1705~1777)는 원교圓嶠라는 호로 유명한 조선 후기 서예가이다. 동국진체東國眞體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 뛰어난 인물로 김정희가 유배 이후 동국진체의 가치를 알아보았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이런 이광사가 그의 아들 이긍익李肯翊(1736~1806)에게 써 준 현판 글씨가 바로 ‘연려실燃藜室’이다. 그 뜻은 ‘명아주 지팡이를 태워 어둠을 밝혀 역사를 연구하는 방’이다.

옛 중국 유향劉向(기원전 79~기원전 8)이라는 인물은 밤 늦도록 나무를 태워 가며 역사 연구를 해서 대가가 되었다. 이광사는 역사를 연구하는 아들에게도 유향 같은 대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방의 현판을 직접 써 준 것이다. 이후 이긍익은 30년간에 걸쳐 조선의 역사를 정리한 『연려실기술』을 저술하였다. ‘어느 아버지와 아들’의 수십 년간의 이야기가 이 현판 하나에 담겨있던 셈이다.

이광사 선생님은 글씨를 잘 쓰시기로 유명한 분이셨어요. 선생님은  아들을 무척 아끼셨지요. 바로 이긍익 선생님이에요. 이긍익 선생님은 우리나라 역사책을 쓰시는 학자였답니다. 그런 이긍익 선생님의 서재에 아버지인 이광사 선생님은 '연려실燃藜室' 글씨를 써 주셨어요. "어두운 방에 명아주 나무를 태워서 책을 읽었던 옛사람처럼 너도 좋은 역사가가 도려므냐." 이긍익 선생님은 역사책 이름을 <연려실기술 燃藜室記述 >이라고 하셨답니다.

2. 영조英祖가 직접 쓴 <호조에 보내는 칙유> 현판

영조英祖(1694~1776, 재위 1724~1776)가 직접 쓴 <호조에 보내는 칙유> 현판이다. ‘均貢愛民균공애민 節用畜力절용축력’이다. ‘세금을 공평하게 하여 백성을 사랑하라. 씀씀이를 절약하여 국력을 비축하라.’여덟 글자에 불과하지만 현판에는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임금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3. 김정희(1786-1856) 가 쓴 단연죽로시옥 현판 글씨

김정희金正喜(1786-1856) 가 쓴 현판 글씨는 나무에 깎은 현판은 아니지만, 현판을 위해 쓰여진 현판용 글씨이다. ‘端硯竹爐詩屋단연죽로시옥’단계端溪 지방에서 나는 벼루, 차 끓이는 대나무 화로, 그리고 시를 지을 정도의 작은 집이란 뜻이 담겨있다. 이 글씨에는 이번 전시에서 민간 현판의 세 주제인 ‘집의 이름’, ‘배움과 가르침’, ‘사람과 자연의 조화’가 잘 드러나 있다. 작은 집에서도 안분지족을 느끼며 자연과 함께 벗하여 살아가려는 조선 선비의 모습이 글 안에 담겨 있다.

4. 경운궁慶運宮 현판

경운궁慶運宮 현판은 대한제국기 덕수궁이 이름을 얻기 전 사용된 명칭이었다. 대한제국 시기인 1905년 국가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며 고종이 직접 쓴 이 현판의 뜻은 ‘경사스러운 운수가 가득한 궁궐’이다.가장 높은 등급의 현판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만들었으며, 네 모서리 장식, 검은색 바탕의 글씨에는 금박을 입혀 돋보이게 했다.

5. 대안문大安門 현판

대안문大安門 현판은 대한제국 시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대안문이라고 하면 낯설 수도 있으나, 현재 서울시청 건너편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의 전신이 대안문이라고 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현판은 하나의 공간 속에서 수많은 시간을 함께한 동반자이다.

6. 사랑하는 나의 집, 오헌吾軒 현판

오헌吾軒 현판은 한국국학진흥원에 반남박씨 무섬 오헌고택에서 기탁한 현판이다. 오헌을 한자 그대로 ‘나의 집’으로 풀이된다. 일견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름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글씨 사이에 쓴 설명의 글을 보게 되면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도연명의 시를 인용하여 ‘날아다니는 새들도 각기 돌아갈 집에 즐거워 하듯, 나 또한 편히 쉴 수 있는 나의 집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때로 우리는 평범함 속에서 소중함을 찾게 되곤 한다

출처 : 국립대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