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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象形靑磁’ 개최

노촌魯村 2025. 5. 23. 21:59

-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象形靑磁’  개최 -

□ 주요 내용

○ 전시기간: 2025.5.3.(토)~8.24.(일)

○ 전시장소: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

○ 전시품: <청자 어룡모양 주자>(국보) 등 97건

국가지정문화유산 10건 포함(국보 3건, 보물 7건)

○ 관람료: 무료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2025년 3월에 종료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의 순회전시로 고려시대 도자공예의 예술성을 대표하는 ‘상형청자象形靑磁’를 경주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이다.

대상의 형상을 본떠 만드는 ‘상형象形’은 선사시대부터 인간의 예술적 표현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천년의 신라’ 경주에서도 다양한 형상을 본떠 만드는 기술과 전통이 확인된다. 새 모양 토기를 비롯해 말 탄 사람모양 토기배모양 토기와 같은 정교한 상형토기뿐만 아니라 통일신라시대의 월지구황동 원지에서 출토된 납석제 사자모양 향로 뚜껑이나 오리모양 뿔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신라에서 제작된 동물모양의 그릇이 고려 상형청자에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위쪽:청자 사자모양 연적(고려).납석제 사자모양 향로 뚜껑(신라). 아래쪽:청자 오리모양 연적(고려).오리모양 뿔잔(신라)

고려 상형청자는 아름다운 비색翡色 유약과 빼어난 조형성으로 고려시대 공예의 높은 기술적 성취와 독자적 미감을 보여주고 있어 한국 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이번 특별전에는 <청자 어룡 모양 주자> 등 국보 3건, <청자 귀룡 모양 주자> 등 보물 7건을 포함해 국내 주요 고려 상형청자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 모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호림박물관, 국립해양유산연구소 등 국내 주요 8개 기관의 소장품 총 97건이 출품된다. 모두 경주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상형청자가 전해주는 고려시대 사람들의 이야기

고려 상형청자의 전모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는 고려 상형청자가 등장하기 이전, 통일신라시대 경주에서도 흙으로 특정한 형상을 빚는 ‘상형’의 오랜 전통이 있었음을 살펴본다. 특히 고려 상형청자에서 보이는 ‘사자’, ‘오리’의 형상이 통일신라시대 유적인 경주 월지, 구황동 원지에서도 확인된다.

청자 * 형상

액체를 담고 따르는 기능을 하는 이 주자注子는 모두 몸체가 둥근 형태입니다. 위쪽은 장식이 없는 그릇 본연의 형태이지만 아래쪽 상형청자는 용머리에 거북의 몸체를 결합한 상상의 동물인 귀룡龜龍 모양입니다. 액체를 담는 기능이 같지만 상청청자象形靑磁는  형상이 더해져 시각적으로 한층 풍부합니다.

제2부 ‘제작에서 향유까지’는 상형청자가 등장한 문화적 배경과 제작, 유통, 소비 양상을 살펴본다. 고려의 수도 개경(현재의 개성)은 국제도시로 새롭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었다. 고려 왕실과 상류층은 더 좋고, 더 특별한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컸다. 수준 높은 기술과 창의력이 전제되어야만 하는 상형청자는 이들의 요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도자기였다.

상형청자가 제작, 유통, 소비된 양상은 발굴품을 중심으로 추적해 본다. 발굴품은 완형으로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문헌기록이 많지 않은 상형청자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다. 강진 사당리와 부안 유천리 가마터 발굴품과 태안 대섬, 진도 명량해협 출수품 등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료가 소개된다.

사자모양獅子形 초벌初燔 조각片(고려 12-13세기. 전북특별자치도 부안 유천리 가마터. 국립전주박물관)
청자 원앙 모양 조각(고려 12-13세기. 전북특별자치도 부안 유천리 가마터. 국립전주박물관 )
향로뚜껑 초벌 조각(전북특별자치도 부안 유천리 가마터. 국립중앙박물관 )

오리나 원앙 등 물새의 물갈퀴가 표현된 향로뚜껑의  초벌 조각입니다. 먼저 원반모양의 뚜껑을 만들고 중심에 향이 빠져나가는 구멍을  뚫어 그 테두리를 약간 높인 뒤 상형 형태를 얹었습니다. 상형청자 향로뚜껑의 제작방식과 과정을 보여줍니다.

푸집 조각(고려 12-13세기. 전북특별자치도 부안 유천리 가마터. 국립전주박물관)

부안 유천리 3구역 출토품 중에는 형태를 찍어내는 데  썼던 도제 거푸집이 있습니다. 직사각형 틀 안쪽에 어떤 소재인지는 알 수 없는 모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깊이로 보아 상형청자의 뚜껑이나 장식으로 추정됩니다. 다양한 입체 형태를 거푸집으로 찍어내어 같은 모양을 여러 개 만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은 상형청자의 다양한 형태와 아름다움을 살펴본다. 고려 사람들이 사랑하고 벗처럼 가까이 두고자 했던 다양한 동물과 식물을 소재로 한 상형청자를 비롯해 예로부터 권위의 표상이었던 용, 기린과 같은 상상의 동물을 형상화한 명품 상형청자를 엄선했다.

고려 사람들은 평소 좋아했던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을 상형청자에 담았다. 동물로는 물에서 사는 오리나 물고기, 육지에서 사는 원숭이를 즐겨 표현했고, 식물로는 복숭아, 석류, 연꽃, 죽순, 참외, 조롱박을 선호했다. 이러한 형상은 향로, 연적, 묵호와 같은 기물에 자주 담겼다. 이들은 주로 실용적 기능을 하면서 곁에 두고 보면서 즐기는 대상이었다.

상형청자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은 용, 어룡, 귀룡, 기린, 사자이다. 이들은 예부터 상서롭고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 서수瑞獸이다. 이들은 왕실이나 귀족의 권위와 지위를 상징한다. 이러한 상형청자는 왕실 의례와 같이 특별한 용도로 사용되거나 일상생활에서 상류층의 지위를 돋보이게 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청자 연꽃모양 향로(고려 12세기. 경기도 걔성 부근. 국립중앙박물관)

연꽃 모양의 윗 부분, 용머리 장식 3개가 돌출된 연결 부분, 연꽃을 거꾸로 엎어 놓은 모양의 받침대로 구성된 몸체만 남아있다. 입구쪽에 뚜껑 턱받침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동물 모양의 뚜껑이 있었음을 추정 할 수 있다. 유색은 맑은 회청색으로 조각이 깊은 곳에 유약이 몰려 짙은 비취색이 입체감을 더욱 두드러지게한다.

청자 사자모양 향로(고려 12세기. 국보. 국립중앙박물관)

사자는 불교의 가르침을 수호하는 동물로 알려져 잇고 산예狻猊라고도한다. 중국 송나라 사신인 서긍徐兢(1091-1153)이 정교하고 빼어나다고 평한 고려 왕실의 ' 산예출향狻猊出香', 즉 사자모양향로가 바로 이 향로와 같은 종류였을 것이다. 이 향로는 연기가  사자의 입 외에도 발 부근의 구멍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웅장한 분위기가 완성됐을 것이다.

청자 어룡모양 향로(고려 12-13세기. 경기도 개성 부근. 국립중앙박물관)

용머리에 물고기 몸을 가진 상상의 동물 어룡魚龍으로 장식한 향로이다. 꼬리를 U자 형태와 향 연기가 입으로 배출되는 구조이다. 몸체에 3단 연꽃은 잎맥이 표련되고 있는데, 거푸집으로 만든 것이다. 어룡은 중국 송나라.요나라 도자기에고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며, 고려에서도 수준 높은 어룡모양 청자를 만들었다.

청자 원앙모양 향로뚜껑(고려 12세기 경기도 개성 부근. 국립중앙박물관)

원앙모양 향로뚜껑은 가장 아름다운 고려 상형청자 향로의 하나로 손꼽힌다. 수컷 원앙의 모습이며 볏장식, 날개와 꽁지의 깃 , 다리와 발의 주름 등 조각 솜씨가  뒤어나다. 도제 거푸집으로 형상을 만들고 세부는 조각칼을 이용하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취색으로 유약이 더해져 생기를 불어넣고있다.

청자 기린모양 향로(고려 12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상상의 동물인 기린은 상서롭고 어진 동물이자 권위있는 지식의 상징이다. 이 향로에서 기린은 뒤를 돌아보며 웅크린 자세로, 강기와 뒷다리에 소용돌이 모양의 털이 표현되었다. 안료로 눈동자를 찍어 생동감을 주었고, 은은한 비색 유약은 신비한 느낌을 더해준다.

청자 사자모양 향로(고려 12세기. 충청남도 태안 대섬 충수. 보물)

우락부락하고 납작한 얼굴, 힘을 잔뜩 넣은 다리로 보배 구슬을 쥔 자세는 다른 사자모양 향로와는 차이가 있어  같은 소재라도 표현 방식이 다양했음을 알려준다. 사자의 몸의 곳곳이 갈라져 연기가 새어 나갔음이 분명하지만 상형청자가 귀했기에 만듦새가 떨여져도 개경으로 향할 수 있었음을 알려준다.

청자 철화 퇴화무늬 두꺼비모양 벼루(고려 12세기. 충청남도 태안 대섬 출수. 보물. 국립해양연구소)

두꺼비가 웅크리고 앉아 위를 응시하고 있다. 등 부분을 과감히 떼어내 먹을 가는 연당硯堂과 먹물이 고이는 연지硯池를 만들었다. 표면에는 철화와 퇴화(백화)기법으로 동그란 점을 찍어 두꺼비의 거친 피부를 나타냈다. 벼루 전체를 상형청자로 만든 유일한 예이며 당시 개경 귀족의 취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청자 죽순모양 주자(고려 12세기. 경기도 개성 부근. 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주자에 대나무 죽순의 요소를 덧씌우듯 결합하였다. 손잡이와 주구는 대나무 모양이며 몸통과 두꺼운 죽순의 형태를 본 떴다. 액체를 넣고 따른는 기능을 고려하여 아래쪽을 풍만하게 만들었다. 아래쪽에 보온 그릇인 승반을 갖춘 예도 있다. 

청자 상감 모란.연꽃무늬 참외모양 주자(고려 13세기. 경기도 개성 부근. 국립중앙박물관)

몸체는 참외처럼 세로 골을  냈고, 뚜껑은 참외나 잎 등의 형태로 본떠 만들었다. 표면에 무늬를 새기고, 그 안에 다른 색의 흙을 넣는 상감장식을 가하기도 했다.

청자 음각 모란무늬 참외모양 주자(고려 12세기. 경기도 개성 부근. 국립중앙박물관)

몸체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볼록한 참외 골을 냈다. 물레 성형으로 주자를 만들고 도제 틀이나 수작업으로 외면을 다듬었다. 청자 참외모양 주자는 무덤에서 찻그릇들과 함께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차 주전자처럼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청자 원숭이모양 묵호 靑磁猿形墨壺(고려 12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오른쪽 : 묵호墨壺는 먹물을 담는 항아리이다. 항아리를 번쩍 들어 안고 있는 원숭이의 고된 표정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항아리와 원숭이라는 두 소재의 절묘한 결합, 묵호의 기능과 아름다운 형태의 조화가 구현된 작품이다.

왼쪽 : 원숭이가 두 팔을 뒤로 돌려 항아리를 업고  있다. 진지한 표정, 잔뜩 힘을 준 어깨에서 항아리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청자 원숭이.석류모양 연적(고려 12세기. 경기도 개성 부근. 국립중앙박물관)

목 뒤에 방울을 달고 있는 원숭이가 석류 열매에 매달려 있다. 실제로는 원숭이가 석류보다 크지만, 여기에서는 석류가 원숭이보다 크다. 연적이라는 그릇 고유의 기능을 유지하되 소재의 특징과조형미를 최대한 살려 만든 독특한 감각과 기술력이 돋보인다.

펑자 석류모양 주자(고려 12-13세기. 경기도 개성 부근 국립중앙박물관)

고려 문인들은 석류를 옥 이슬방울이나 선인仙人의 음료로 부르는 등 귀하게 여겼다.  이 주자는 석류 열매 네 개의 형태를 합쳐서 만들었다. 맨 위의 입수구는 석류 꼭지를 크게 벌려 액체를 넣기 쉽게 만들었고, 옆쪽 주구는 석류 잎을 돌돌 만 형태이다. 열매, 잎, 가지 등 석류의 모든 요소를 집약하여 독보적인 조형미를 보여준다.

청자 상감 국화무늬 조롱박모양 병(고려 13-14세기. 경기도 개성 부근. 구립중앙박물관)

가운데가 잘록한 조롱박을 본뜬 상형청자는 주로 술을 담는 병으로 쓰였다. 13-14세기에 제작된 예들은 유려한 곡선의 병에 상감기법을 적용하여 화려하게 장식했다. 때로는 역상감기법을 쓰거나, 마치 도장을 찍는 듯 일정한 무늬를 반복하여 표면을 가득 채웠다. 고려 후기에 우아함과 화려함을 추구했던 미적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청자 상감 시詩가 적힌 조롱박모양 주자(고려 12-13세기 경기도 개성 부근. 국립중아박물관)

조롱박모양 주자의 쓰임새와 관련하여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작품이다. 주자 몸체 가운데  "사기병에 술이 오랫 동안 가득하여 오랜  세월 바닥나지 않으리, 금병이 사기병보다 값지겠지만 술 담는 데는 값지고 싼 것이 관계라(沙甁酒長滿 萬年無終盡 置酒無重輕)"라고 상감된 문구가 있다. 이로써 이 주자는  용도가 술병임을 알 수 있다.

청자 음각 대나무무늬 조롱박모양 주자와 승반承盤(고려 12세기. 경기도 개성 부근. 국립중앙박물관)

주자 형태를 조롱박으로 만들고 표면의 무늬를 대나무로 꾸몄다. 조롱박 위쪽과 아래쪽 사이의 목에는 줄기를 감았고, 손잡이 고리 역시 줄기와 잎으로 표현했다. 손잡이와 주구에는 대나무 가지와 댓잎을 표현했다. 각 분할된 면과 무늬의 깍인 부분에 푸른 유약이 고여 입체감이 느껴진다.

청자 상감.철화 모란넝쿨무늬 조롱박모양 주자(고려 13세기. 호림박물관)

조롱박모양 주자의 변화상을 살펴보면, 고려 중기에는 형태와 색깔에 주안점을 주던 단계에서 후기로 갈수록 점차 표면 장식에 치중함으로써 취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이 주자는 각각 상감과 철화기법을 혼용하여 몸체를 화려하게 꾸몄다.

청자 사자모양 베개(고려 12세기. 보물. 개인 소장)

머리에 대는 넓은 판 아래 입을 벌린 두 마리의 사자가 있다. 목에 방울을 단 사자 두 마리가 엉덩이 부분을 맏대고 웅크러 앉아있다. 중국의 사자모양 베개에는 한 마리만 표현된 것과 차이가 있다.입체적 형태에 맑고 투명한 비색 유약을 입혀 생동감이 느껴진다.

청자 용모양 향로(고려 12-13세기. 경기도 개성 부근. 국립중앙박물관)

상상의 동물인 용은 고려에서 왕실의 권위를 나타냈다. 이 향로는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의 모습을 포착해  향로 뚜껑을 장식했다. 게다가 위를 향해 벌린 입에서 나오는 연기가 역동적인 모습을 완성했다. 머를 치켜들고 몸을 비틀어 안쪽 앞발로 보배구슬을 쥔 자세는 응축된 용의 힘을 장보여준다.

청자 귀룡모양 향로(고려 12세기. 보물. 개인 소장)

향로 뚜껑에 귀룡龜龍이 올라앉은 모습이다. 용머리의 뿔, 벌린 입안의 날카로운  이빨과 혀, 몸의 비늘, 웅크린 발 세부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여기에 맑은 비색의 유약이 생명려을 더한다. 향을 피우면 연기가 귀룡의 입으로 배출되는 구조이다.  상사로운 용의 입에서 나오는 향 연기는 보는 이ㄹ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장엄한 광경을 연출했을 것이다.

청자 복숭아모양 연적(고려. 호림박물관)

청자 복숭아 모양 연적은 조선시대 백자로도 만들 만큼 사랑받는 형상이다. 흔히 복숭아는 도교적인 의미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복숭아의 탐스럽고 매력적인 형상 때문에 상형청자의 소재로 즐겨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청자 기린모양 향로(고려 12세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향로 뚜껑에 상상의 동물인 기린을 앉혀 놓았다. 고려 상형청자 향로에 표현된 기린은 이와 같이 머리에 솟은 뿔, 모덜미의 소용돌이모양 갈기, 납작한 꼬리가 특징이다. 안쪽에서 향을 피우면 기린의 벌린 입으로 연기가 배출된다. 이러한 기능을 고려하여 기린의 머리와 입을 위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 향로는 국가행사와 여러 중요한 의례에 사용되었을 것이다.

청자 참외모양 연적(고려 12세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참외밭에서 참외를 갓 딴 것처럼 줄기와 잎이 붙어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형상의 고려시대 청자는 현재까지 이 작품이 유일하다. 물을 넣고 따르는  부분은 잎사귀 두 개를 서로 맞붙혀 만들었다. 바닥은 편평하게 다져서 안정감을 주고 통통한 과과 꼬불거리는 줄기 그리고  넓적한 잎 등은 실제 참외의 모습을 방물케 할뿐더러 생동감이 넘친다.

청자 귀룡모양 주자(고려 12세기. 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연꽃 위에 앉아 있는 귀룡을 형상화한 주자이다. 둥글게 부푼 몸체는 많은 양의 액체를 담는 기능을 고려한 것으로  대략 0.8L 정도를 담을 수 있다. 모리와 앞가슴의 당당한 표현은 같은 고려시대의 비석 받침인 귀부龜趺에 새긴 용과 비슷하다. 등에 새겨진 귀갑문龜甲文 안에는 '王'자를 새겨 위엄을 나타냈다.

청자 죽순모양 주자와 승반承返(고려 12세기. 호림박물관)

승반承返을 갖춘 주자이다. 승반은 주자에 담긴 액체를 보온하는 그릇으로, 여기서는 댓잎 두 겹을 교차한 모습으로 만들었다. 뚜껑솨 손잡에는 고리를 마련하여 서로 끈을 묶어 사용할 수 있게 했는데, 이 부분도 댓잎을 구부린 모양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 이질적이지 않다. 이처럼 죽순을 소재로 한 청자 주자는 기능성과 형태미를 모두 충족하면서 고려 상형청자가 도달한 수준 높은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청자 양각 연꽃무늬 조롱박모양 주자(고려 12세기. 호림박물관)

표면에 연꽃을 가득 채워 넣어 복합적인 양상을 띠며, 상형청자의 소재 융합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아래쪽과 위쪽 상에 연꽃넝쿨을 감아 마치 술병을 끈으로 매단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손잡이는 넝쿨을 꼬아 붙였고,  주구는 연꽃을 둟고 나온 것처럼 표현했다. 기본 형태는 조롱박이지만 세부적으로 연꽃의 느낌을 한껏 살렸다.

청자 어룡모양 주자(고려 12세기. 국보. 국립중앙박물관)

물고기와 용이 결합된 상상의 동물 어룡魚龍을 형상화한 주자이다. 꼬리를 치켜올려 전체적으로 U자 형태이며 몸체는 부풀어 터질 듯하다. 꼬리가 주자의 뚜껑 역할을 한다. 실제로 속이 비어 있어 어룡의 몸체에 액체를 담고 입에서 물이 나온다. 눈동자와 이빨에는 안료를 찍어 생동감을 더했다. 신령스러운 존재로 인식된 어룡이라는 소재와 주자에 표현된 화려한 조형성과 위엄은 왕실과 상류층의 권위를 보여준다.

제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은 실용과 예술의 범주를 넘어서 정신적 세계에 대한 추구나 신앙적 바람을 담아낸 상형청자를 소개한다. 도교와 불교 의례에 사용되는 기물이 청자로 만들어졌고, 주로 다른 재료로 만들던 불상도 청자 기술을 적용해 만들었다. 앞에서 본 상형청자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시각적 경험과 의미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청자 인물형 주전자 (靑磁 人物形 注子. 고려 13세기. 대구 달성군 내동. 국보)

고려시대의 만들어진 상형청자로 높이 28.0㎝, 밑지름 11.6㎝의 주전자이다.
상형청자는 사물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만든 것으로 이 주전자는 머리에 모자(관)를 쓰고 도포를 입은 사람이 복숭아를 얹은 그릇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모자 앞 부분에 구멍을 뚫어 물을 넣을 수 있게 하였고, 받쳐든 복숭아 앞 부분에 또다른 구멍을 내어 물을 따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람의 등 뒤에 손잡이를 붙였으며, 그 꼭대기에 작은 고리를 만들어 붙였다. 모자에 새 모양을 만들어 장식했고 모자, 옷깃, 옷고름, 복숭아에 흰색 점을 찍어 장식효과를 냈다. 맑고 광택이 나는 담록의 청자 유약을 전면에 두껍게 발랐다.
이 주전자는 1971년 대구시 교외의 한 과수원에서 발견되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출토지가 분명한 13세기 전반의 상형청자 가운데 하나이다.

청자 상감 시詩가 적힌 조롱박모양 병(고려 13세기. 국립중앙박물관)

병의 몸체에 다음과 같은 시詩가 있다. " 푸른 옥병에 금색 꽃 가늘게 아로 새기니 / 만약 권세있는 집이라면 이 병을 좋아했을 것이라네 / 모름지기 하로가 이 병을 알았더면 맑은 흥이 일어 / 짙은 술 향기 안겨 경호에서 흠뻑 취했으리라( 細鏤金花碧玉壺 豪家應是喜提 須知賀老乘淸興 抱向春深醉鏡湖)" 여기서 '하로'는 도교에 심취했던 당나라 시인 하지장賀知章(659-744)이다. 신선 세계에 대한 동경과 함께 이 병이 술병임을 알려준다.

청자 새모양 주자(고려 12-13세기. 국립중앙박물관)

길고 넓적한 꼬리와 새 머리가 맞닿아 생긴 부분이 손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풍만한 몸체를 가지고 있다. 어떤 종류의 새인지 명확하진 않으나 도교 인물상이 탄 새와 비숫한 점으로 보아 도교적 내용을 배경으로 만든 것이다. 이와 유사한 새모양 주자에는 새 등 위에 사람이 있거나 호로병이 표현되어 있다.

‘손끝으로 느끼는 상형청자’, 감각적 교육 체험 공간 마련

전시실을 나가기 전, 감각적 교육 체험 공간‘손끝으로 느끼는 흙의 이야기’를 마련했다. 상상 속 동물을 형상화한 서수瑞獸모양 토기를 비롯한 다채로운 상형청자 3점을 직접 만져보며 전시품의 독특한 형태와 질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다가오는 6월 30일부터는 여름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율 체험이 추가된다. 청자 조각을 활용해 입체 퍼즐처럼 직접 복원해 보는 체험으로,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재미있게 전달한다.

이외에도 ‘그림 콕! 설명 톡!’에서 디지털 감상 가이드를 제공해 어린이 관람객의 눈높이로 고려 상형청자의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를 전달한다. ‘속닥속닥, 전시실 뒤 이야기’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 연계 교육프로그램이다. 전시 기획자와 전시 연계 교육 기획자가 들려주는 전시실 뒤 이야기를 들어보며 박물관 속 직업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름휴가 기간에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소장품으로 상형청자를 그려보는 특별 이벤트 ‘문화유산의 대변신!’을 진행한다. 국립경주박물관만의 차별화된 상형 청자 전시 관람 방법을 제시하고 더욱 풍성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흥미로운 교육뿐만 아니라 특별전 개최를 기념해 다양한 관람객 참여 이벤트도 마련된다.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이는 고려 상형청자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SNS 퀴즈, 특별전 기대평 댓글 이벤트, 관람 후기 등 다채로운 온라인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특별 전시 기간 중 고려 상형청자 전시 관람객을 위한 현장 이벤트도 여러 가지 진행된다.

그릇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형상을 창의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낸 상형청자에서 우리는 고려 사람들이 품고 있었던 도자기, 나아가 문화에 대한 태도를 읽을 수 있다. 고려 상형청자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그들의 관심, 적극적 수용, 예리한 관찰력과 뛰어난 감각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변용이 담겨 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이 경주에서 만나기 어려운 도자기 전시이며, 신라의 옛 수도 경주에서 고려청자의 비색과 형상의 아름다움을 완상玩賞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출처 : 국립경주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