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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인 이규보(1168~1241)의 <여름날(夏日)>

노촌魯村 2025. 9. 10. 00:07

고려 시인 이규보(1168~1241)의 <여름날(夏日)>

 

銀蒜垂簾白日長

은산수렴백일장

은산(銀蒜)이 발에

드리우고 한낮이 긴데

 

烏紗半岸灑風

오사반안쇄풍량

오사모(烏紗帽)를 반쯤 벗으니

상쾌한 바람이 부네.

 

碧筩傳酒猶嫌熱

벽용전주유혐열

벽통배를 건네주어도

오히려 더위가 싫어서

 

敲破盤氷嚼玉漿

고파반빙작옥장

쟁반의 얼음을 깨뜨려

옥 같은 음료를 마시네.

 

* 은산(銀蒜)은 은(銀)으로 마늘 조각 모양을 만들어 발(簾)에 달아 그 무게로 잘 늘어지게 하는 옛 장식품입니다. 문헌이나 고전 시에서는 "은산 드리운 발" 등으로 표현되어 부드럽고 품격 있는 내부 분위기를 형상화하는 소재로 쓰였습니다

* 오사모(烏紗帽)는 고려 말기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벼슬아치(문무백관)들이 관복(官服)을 입을 때 착용하던 전통 모자입니다. 검은색 비단사(烏紗)로 만들어진 사모(紗帽)의 일종으로, '검은 사모'라는 의미에서 유래했습니다. 주로 단령(團領)과 함께 입은 관복의 일부로 사용되었으며, 앞은 낮고 뒤는 높게 디자인된 형태에 양쪽으로 뿔(角)이나 날개(翅) 모양의 장식(양각, 羊角)이 달려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뿔은 대나무나 쇠로 빳빳하게 고정되어 머리 양옆으로 뻗어 나와, 착용자의 시야를 제한하고 귓속말을 방지하는 실용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 벽통배(碧筒杯)는 여름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연잎으로 만든 독특한 술잔을 말합니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의 정각(鄭慤)이 삼복더위에 역성(歷城) 북쪽 사군림(使君林)에서 손님들과 피서를 즐기며 큰 연잎에 술 두 되를 담고, 비녀로 연잎과 줄기를 뚫어 코끼리 코처럼 구부려 돌려 마셨다고 전해집니다. 이를 벽통배라 하며, 연잎의 향과 시원함이 술맛을 더해 풍류 넘치는 술자리를 상징합니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도 문인들 사이에서 이러한 풍속이 이어졌으며, 이규보, 정약용 등의 시에서도 언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