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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陜川 海印寺 乾漆希朗大師坐像)

노촌魯村 2011. 5. 29. 22:29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陜川 海印寺 乾漆希朗大師坐像.보물 제999호)

이 상은 해인사 조사(祖師)였던 고려 초기 희랑대사(希朗大師)의 진영상(眞影像)이다. 이 진영상은 화엄종(華嚴宗) 북악파(北岳派)의 진면목을 적절하게 묘사하여 화엄종의 진리를 무언(無言)의 형상을 통해서 설법하는 우리나라 초상조각의 최고 걸작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길고 큼직한 머리는 파격적인 모습인데, 머리카락이 없는 민머리의 머리부분에서 눈 있는 부위로 내려오면서 노스님의 얼굴을 명쾌하게 나타내었다. 여기에 눈동자까지 영롱한 형형한 눈, 이마․눈꼬리에 나타나는 세 가닥의 굵은 주름과 입 주위로 보이는 깊은 주름 등은 연륜(年輪)의 깊이와 함께 선정의 넓이를 잘 보여 준다. 얼굴에서 내려온 목은 긴 편인데 툭 불거진 뼈대는 앙상하여 노구임을 분명히 느끼게 하고 있다. 앙상한 가슴뼈, 가냘픈 어깨와 팔의 선, 노쇠한 체구, 뼈마디가 여실하게 드러난 기다란 손등은 이를 잘 보여주는 특징이다. 옷은 장삼을 입고 그 위에 가사를 왼쪽 어깨에서 오른 쪽 겨드랑이로 결쳤는데 가사를 맨 매듭장식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장삼은 흰 색 바탕에 붉은색 점과 녹색 점을 섞어 꽃무늬처럼 그려 넣었으며, 가사는 많은 천을 기워 만든 분소의(糞掃衣)를 나타낸 것이다. 붉은색 가사 밑에 금색이 간간이 보인다.
이처럼 나무를 쪼고 깎아 만들었기 때문에 목조에서 풍기는 인간적인 따뜻한 정감을 느낄 수 있으며, 생략할 곳은 과감히 생략하고 강조할 곳은 대담하게 강조하여 노스님의 범상하지 않은 위용을 사실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상은 진영(眞影)조각의 진수를 가장 잘 묘사함으로써 10세기 중엽 조각 가운데 최고의 걸작품임을 과시하고 있다. 조성 연대는 10세기 중엽으로 추정되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유일한 승려의 목조진영(木造眞影)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인 중요성이 크다. 특히 중국 요(遼)대에 제작되었다고 전해지는 건칠(乾漆)승려상과의 비교 검토가 요구되는 뛰어난 상이라 하겠다.(합천군청 자료)

 

희랑 대사의 가슴 한가운데 조그마한 구멍이 뚫어져 있는데 사전寺傳에는 흉혈국인胸穴國 人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 구멍은 여름에 모기가 극성을 부려 스님들이 수행에 지장을 받자 희랑스님이 희랑암에서 자기 가슴에 구멍을 뚫어 모기들에게 피를‘보시’하여 해인사의 모든 모기가 희랑암에 모여들었고 다른 스님들이 편안히 정진할 수 있었다는 구전과, 화엄 삼매에서 방광放光을 한 자취라는 구전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해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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