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桐華寺) 영산전(靈山殿)
대웅전 동편 뒤 담장으로 둘러싸인 별채에 위치한 영산전은 나한전, 또는 응진전이라고도 한다.
법당 안에는 영산회상의 모습을 재현하여 석조 석가삼존불을 중심으로 십육나한상이 좌우로 열좌해 있다. 영산전 현판 글씨는 해사 김성근의 글씨이다. 맛배지붕에 겹처마 형식의 건축으로 1920년 중건하였다. 오른쪽에는 종정예경실이 있다.
팔공산 동화사 영산전 오른쪽 측면 벽체에 씨름하는 두 스님들을 그려놓았다.
씨름하는 벽화의 오른쪽 위쪽에는 나뭇가지에 걸린 저고리가 있고 적구리(適口理)로 적었다.
적구리는 발음대로 이해하면 저고리의 대구 지방의 방언이다. 벗어둔 저고리 아래에는 ‘시렴한다’는 글씨가 있다. 이 역시 ‘씨름한다.’를 대구 지방의 사람들의 발음대로 적었다.
대구 지방 사람들은 ‘ㅆ’ 발음을 ‘ㅅ’으로 발음한다. 즉 대구 지방의 사람들은 ‘씨름’을 ‘시렴’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많다.
이 벽화를 그린 사람은 대구에서 나고 자란 사람 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시념인(時念人)이란 글씨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볼 때 ‘시념인(時念人) 시렴한다’은 ‘씨름인(꾼)이 씨름한다.’라는 의미로 해석 할 수 있다.
적구리(適口理)는 저고리, 시념인(時念人)은 씨름꾼으로 보면 우리글이 없었던 옛적에 한자의 뜻을 빌려 적는 것을 훈차(訓借)라 하고 음(音)을 빌려 적은 것은 음차(音借)라 했다.
시념(時念)은 음차로 씨름을 뜻하고 인(人)은 훈차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동화사의 기록에 의하면 영산전은 1920년에 중건되었다고 한다.
영산전 측면 벽체에 어째서 이런 글씨가 있을까? 신라시대의 이두의 영향일까!
벽화를 그린 화가는 무슨 의미로 씨름하는 두 스님을 그려놓았는지 ... ?
시념인(時念人)
씨름에 있어 한 찰라 잠깐이라도 방심하거나 놓치는 순간, 승패가 갈리는 것처럼 우리가 어떤 분야에서든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을 흔히 “책과 씨름한다, 일과 씨름한다, 화두와 씨름한다.”고 말하듯이 어디에 집중하고 몰두하여 하고자 하는 일에 일가(一家)를 이루는 것이, 씨름판에서 천하장사일 뿐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진정한 의미의 일류 씨름꾼이요, 천하장사인 것이다.
벽화의 윗부분에는 나뭇가지에 윗옷이 걸려있고 ’적구리(適口理)라 씌어 있는데 그것 또한 윗옷인 저고리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씨름을 위해 저고리를 벗듯이 어떤 일을 도모함에 있어 일의 성취를 위해 불필요한 번뇌 망상을 그렇게 벗어 버리라는 가르침이다.
이렇듯 씨름은 단순히 승부(勝負)를 짓고 우열(優劣)을 가르는 투기종목(鬪技種目)이 아니라 몸으로 서로 교감하며 서로 소통(疏通)하고 화합함으로써 상생(相生)의 삶을 추구하는 또 하나의 공부(工夫)인 것이다.
우리 모두가 시념인(時念人)의 정신으로 돌아가, 언제 어디서나 각자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 하고, 일가를 이룰 때 우리 사회는 자연 아름답고 향기로운 공동체의 이상인 정토(淨土)가 될 것이다.
- 대한불교 조계종 제9교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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