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음의 눈으로 보고자,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것까지 기록하고자합니다.

경상북도/영주

무섬마을 김성규 가옥(조지훈 처가)

노촌魯村 2014. 11. 21. 22:26

 

 

 

 

 

별리(別離) 
 
                              조지훈

푸른 기와 이끼 낀 지붕 너머로
나즉히 흰구름은 피었다 지고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의
초록 저고리 당홍 치마 자락에
말 없는 슬픔이 쌓여 오느니-
 
십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가는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이 밀어 가고
 
방울 소리만 아련히
끊질 듯 끊질 듯 고운 뫼아리
 
발 돋우고 눈 들어 아득한 연봉(連峰)을 바라보나
이미 어진 선비의 그림자는 없어……
자주 고름에 소리 없이 맺히는 이슬 방울
  
이제 임이 가시고 가을이 오면
원앙침(鴛鴦枕) 비인 자리를 무엇으로 가리울고
 
꾀꼬리 노래하던 실버들 가지
꺾어서 채찍 삼고 가옵신 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