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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유적지

신라의 물맛, 재매정

노촌魯村 2009. 2. 12. 22:23

9) 신라의 물맛, 재매정

 

사적 제246호

신라의 아름다운 사랑의 설화가 안개처럼 가득 피어나는 곳은 경주 반월성 남쪽에 흐르는 남천이다. 여기에는 연연한 그리움을 연결시켜 주던 사랑의 다리들이 놓여있었다.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을 성사시킨 유교(楡橋)와 김유신이 천관녀를 찾아가던 연정의 다리, 그리고 과부가 정부를 찾아 넘나들던 효불효교(孝不孝僑)도 그 남천에 그 유적이 남아 있다.

진평왕이 절세의 미인인 도화녀를 유부녀인데도 사랑하여 비형(鼻荊)을 낳아, 비형의 설화가 감도는 언덕도 남천가에 있다. 신라는 남녀간의 사랑이 대단히 자유로웠다. 남천을 따라 고적한 새벽길을 걸으면 신라 연인들의 짜릿하고도 진한 정담들이 술렁거리고, 풀섶 속에 남녀가 밀회하는 것같은 인기척을 느낀다.

남천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건너다보이는 자리에 김유신 장군의 저택인 재매정(財買井) 집터와 천관녀가 살았던 집자리에 세운 천관사의 터가 1400여년을 마주보고 있다.

재매정 집은 ‘삼국유사’에 의하면 서라벌에 있었던 35채의 부유한 저택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 경주에는 신라의 민가의 유적으로는 오직 이 재매정 집의 유물인 재매정이 사적 제246호로 지정되어 있을 뿐이다. 재매는 김유신 장군 부인의 이름이다. 재매정은 반월성에서 서쪽으로 약 400m 거리에 있다.

재매정은 벽돌처럼 다듬은 화강암으로 독 안처럼 원형으로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정사각형의 2단 장대석을 짠 우물이다. 우물 속의 가장 넓은 원형지름이 약2m이며 상부 장대석의 한변 길이는 1.8m이다. 이곳이 재매정 집자리임을 알려주는 비가 있다. 1872년 경주부윤 이일운이 글을 지어 세운 비로 신라 태대각간 개국공 김선생 유허비(新羅太大角干開國公金先生遺碑墟)라 새겨져 있다. 재매정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삼국유사’ 김유신열전에 기록되어 있다. 서기 644년 9월 김유신은 백제의 가혜성(加兮城), 성열성(省列城), 동화성(同火城) 등 7성을 공벌하고 개선하였다. 그러나 선덕여왕께 보고도 못하고 있을 때(645년 1월), 백제의 대군이 신라의 매리포성(買利浦城: 거창)을 침공해 오므로 다시 나가 이를 격파 하였다. 그 해 3월 두 차례의 전쟁을 치르고 서라벌에 돌아와 아직 집에 들려 보지도 못하였는데, 백제군이 다시 국경에 나타났다는 급보가 전해 왔다. 김유신은 곧 군사를 독려하여 서쪽을 향하여 진군하였다. 김유신 장군은 마침 자기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의 가족들이 문밖에 나와 눈물지었으나 그는 그대로 지나쳐 갔다. 집을 지나친 후 종자를 시켜 자기 집 우물물 한 그릇을 떠 오게 하였다. 이 물을 마시면서 장군은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집 물맛은 아직도 예전과 같구나” 하면서 전쟁터로 나아가 백제군을 물리쳤다.

이 기록은 김유신 장군이 공과 사를 엄정하였던 일화의 하나로 역사 속에 묻혀갔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재매정의 우물을 보고 그 날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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