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의 위로
네 시간의 깊은 고단함이
어깨 위로 무겁게 내려앉은 정오,
지친 몸을 겨우 추스르며
집으로 향하는 익숙한 길목입니다.
아파트 정원, 나지막한 모퉁이에서
보랏빛 등불들이 환하게 깨어납니다.
누구 하나 눈여겨보지 않아도
저 홀로 당당하게 피어난 도라지꽃.
모진 바람과 뜨거운 볕을 견디며
마침내 고운 빛깔을 틔워낸 저 모습,
오늘 하루를 묵묵히 버텨낸
내 삶의 걸음과 참 많이도 닮았습니다.
가만히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그 고결한 순간을 조심스레 담아봅니다.
렌즈 너머로 가만히 번져오는 푸른 위로,
"오늘도 참 잘 살아내셨습니다."
꽃은 말없이 환한 미소를 건넵니다.
지친 마음에 피어난 보랏빛 온기,
그 작고 강인한 생명 하나가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길을
포근하게 비추어 줍니다.



'기타 > 이 생각 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 또한 지나가리라 –병오 무더위와 2026년 삼복 날짜 안내- (1) | 2026.07.13 |
|---|---|
| 이 바람 맑고 시원하여 병오(丙午) 폭염 잊으리라. (2) | 2026.07.11 |
| 불두화가 지는 날 (0) | 2026.05.25 |
| 유월의 아리랑 (강산의 숨결) (0) | 2026.05.25 |
| 반도체와 붕어빵 (0) | 2026.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