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삶의 맥락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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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의 위로 -도라지꽃-

노촌魯村 2026. 7. 4. 21:36

    모퉁이의 위로

 

네 시간의 깊은 고단함이

어깨 위로 무겁게 내려앉은 정오,

지친 몸을 겨우 추스르며

집으로 향하는 익숙한 길목입니다.

 

아파트 정원, 나지막한 모퉁이에서

보랏빛 등불들이 환하게 깨어납니다.

누구 하나 눈여겨보지 않아도

저 홀로 당당하게 피어난 도라지꽃.

 

모진 바람과 뜨거운 볕을 견디며

마침내 고운 빛깔을 틔워낸 저 모습,

오늘 하루를 묵묵히 버텨낸

내 삶의 걸음과 참 많이도 닮았습니다.

 

가만히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그 고결한 순간을 조심스레 담아봅니다.

렌즈 너머로 가만히 번져오는 푸른 위로,

"오늘도 참 잘 살아내셨습니다."

꽃은 말없이 환한 미소를 건넵니다.

 

지친 마음에 피어난 보랏빛 온기,

그 작고 강인한 생명 하나가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길을

포근하게 비추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