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삶의 맥락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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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람 맑고 시원하여 병오(丙午) 폭염 잊으리라.

노촌魯村 2026. 7. 11. 22:06

 

닥종이 결 고운 매만짐에 조카의 효심 깊고

살 가려 품은 방구부채 요산요수(樂山樂水) 새겼으니

이 바람 맑고 시원하여 병오(丙午) 폭염 잊으리라.

 

병오(丙午) 폭염 잊으리라.

 

여든 고개 넘어 마주한 붉은 말의 해,

대지를 태울 듯한 폭염이 밀려오는데

문득 날아든 조카의 정성 어린 선물 하나

지친 이모부의 가슴을 서늘하게 적십니다.

 

뼈대를 감추고 둥글게 피어난 방구부채,

은은한 닥나무 종이 질감엔 고풍스러운 멋이 있고

손잡이 끝 정갈한 장식마다

눈물겨운 효심이 알알이 새겨져 있네.

 

그 하얀 바탕 위에 멋드러지게 흐르는 '요산요수(樂山樂水)'

산을 좋아하고 물을 즐기던 푸르른 기상이

부채질 한 번에 맑은 바람으로 피어나

방 안 가득 군자의 향기를 채웁니다.

 

비록 병든 몸이라 이 여름이 무겁다 한들,

조카의 지극한 사랑을 손에 쥐었으니, 무엇이 두려우리.

타오르는 불볕더위도 웃음으로 받아넘기며

올해의 폭염을 시원하게 다스려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