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에 위치한 도동서원에 들어서면, 서원의 역사와 함께해 온 웅장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일명 ‘김굉필 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은행나무는 약 400년이 넘는 오랜 수령을 자랑하는 보호수로, 조선 중기 서원 건립 당시 심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높이는 약 25미터, 둘레는 8미터가 넘으며, 사방으로 넓고 길게 뻗어 나간 나뭇가지가 만드는 수형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 나무는 조선 5현 중 수현으로 꼽히는 한훤당 김굉필 선생의 높아진 학문과 선비의 곧은 기개를 상징하는 도동서원의 대표적인 상징물입니다.


정문 누각 수월루(水月樓) '낙동강 물 위에 비친 달' 팔작지붕 건물로, 서원 바로 앞에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수려한 풍광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명소입니다. 건물은 2층 누각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1층은 서원으로 들어가는 출입 통로 역할을 하고 2층은 과거 유생들이 교류하며 시를 읊고 휴식을 취하던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었습니다.

한원당 김굉필 선생 신도비(寒暄堂 金宏弼 先生 神道碑):조선 전기의 대유학자이자 동방오현(東方五賢)의 으뜸으로 꼽히는 한원당 김굉필(1454~1504) 선생의 생애와 학문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비석입니다.


도동서원 담장은 중정당, 사당과 함께 보물로 지정됐다. 진흙 사이에 암키와를 엇갈리게 쌓고, 중간중간 수막새를 넣은 솜씨가 단정하면서도 멋스럽다.

환주문 지붕 위나 기둥 상부의 석련대에는 봉오리를 맺은 연꽃 문양이 조각,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군자(君子)의 꽃'으로, 선비가 갖추어야 할 청렴함과 고결한 절개를 상징합니다.

환주문에는 문지방 대신 꽃봉오리 모양 정지석,문 닫을 때 고정하는 정지석에 소박한 멋을 담았습니다.
정지석(정심석)의 역할과 상징
환주문 바로 앞에 서서 바닥을 보면, 계단 끝 지점이자 문지방 바로 밑에 꽃봉오리 모양이나 작은 돌기 형태로 솟아 있는 네모난 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정지석(정지돌) 또는 정심석(正心石)이라고 부릅니다.
정지석은 크게 두 가지 의미와 기능을 가집니다.
- 물리적·실용적 역할 (문 지렛대/걸쇠):
- 환주문의 문짝을 안쪽에서 열고 닫을 때, 문짝이 바깥쪽으로 넘어가거나 필요 이상으로 들리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문걸이 및 받침 역할을 합니다.
- 상징적·마음가짐의 역할 (정심, 正心):
- '정지(靜止/正至)' 또는 '정심(正心)'이라는 이름처럼, 문을 들어서기 전 마음을 바르게 정돈하고 발걸음을 잠시 멈추라는 유학적 상징성을 가집니다. 머리를 숙여 낮은 문을 지나기 직전, 이 돌을 바라보며 사사로운 욕심을 내려놓고 스승과 학문 앞에 자세를 가다듬는 장치인 셈입니다.


중정당은 강학 공간입니다. 중정당 마당에 기숙사인 거인재와 거의재가 마주 보고 있습니다. 마당 한가운데 돌판 깔린 길이 놓였고, 길 끝에 돌 거북 한 마리가 머리를 불쑥 내밉니다. 눈을 부릅뜨고 송곳니를 드러낸 채 무섭게 노려봅니다. 중정당으로 오르는 길에 눈곱만큼이라도 딴생각하다가는 소스라치게 놀랄 것입니다. 화재 같은 액운을 막기도 하지만, 배움의 품으로 들어설 때 잡생각을 버리고 정신을 집중하라는 경고라 볼 수 있습니다.
중정당 굵은 기둥 위에 흰 종이(상지)를 둘러놓은 것이 눈에 띈다. 상지는 국내 서원 650여 곳 가운데 도동서원에만 있다고 한다.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을 동방5현으로 꼽는데, 그 가운데 가장 웃어른을 모신 곳이라는 표시다. 중정당 굵은 기둥 위에 흰 종이(상지)를 둘러놓은 것이 눈에 띈다. 상지는 국내 서원 650여 곳 가운데 도동서원에만 있다고 한다.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을 동방5현으로 꼽는데, 그 가운데 가장 웃어른을 모신 곳이라는 표시다. 한훤당 김굉필은 평생을 학문으로 살다 갔다. 김종직에게 《소학》을 배워 수제자가 됐고, 조광조를 비롯해 수많은 후학을 가르쳤다.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으로 무오사화가 일어나자, 제자인 김굉필 역시 유배됐다가 사약을 받는다. 1610년(광해군 2) 조광조에 의해 동방5현의 최고봉으로 복원된다. 퇴계 이황은 김굉필을 두고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며 칭송했고, 이는 서원의 이름 ‘도동’이 됐다

마당 한가운데 돌판 깔린 길이 놓였고, 길 끝에 돌 거북 한 마리가 머리를 불쑥 내밉니다.



강당인 중정당의 기단은 다른 건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전면의 기단은 크고 작은 방형의 다듬은 돌들을 줄 맞추지 않고 흐트러지게 쌓은 후, 운두가 낮은 장대석을 다듬어 갑석을 얹었다. 기단의 정면에는 좌우에 2개의 석계를 두어 강당에 오르게 하였으며, 기단의 안측 끝 부분에는 갑석 밑에 용두(龍頭)를 1개씩 빼내었다. 4각에서 12각까지의 정교한 돌을 틈새 없이 쌓아올린 기단은 마치 고운 조각보를 연상시킵니다

도동서원 소박한 멋의 진수는 중정당 기단이다.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다. 크기와 색깔, 모양이 제각각인 돌을 쌓아 올린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전국의 제자들이 스승을 추모하기 위해 저마다 마음에 드는 돌을 가져온 것이라 한다. 페루에 잉카제국의 12각 돌이 유명하다는데, 중정당 기단에도 12각 돌이 있습니다. 4각에서 12각까지 틈새 없이 쌓은 모양이 조각보처럼 곱습니다.





여의주를 물고 올라가는 다람쥐(또는 개구리): 계단 난간이나 석축 돌새에 작게 조각된 다람쥐(혹은 개구리 형태) 문양이 있습니다. 오른쪽은 올라가는 모습이고, 왼쪽은 내려오는 모습인데 너무나 귀엽습니다. 동입서출의 딱딱한 규칙을 사랑스럽게 표시한 마음이 전해옵니다.



대구 도동서원(道東書院)의 핵심 건물인 중정당(中正堂) 앞에는 위아래로 나란히 걸린 두 개의 주요 현판이 있습니다. 위쪽에는 '도동서원(道東書院)' 사액 현판이, 그 바로 아래에는 강당의 본이름인 '중정당(中正堂)'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1. '도동서원(道東書院)' 사액 현판
- 글씨의 인물: 선조 대의 명필 퇴계 이황의 제자, 아수 퇴계체(退溪體)의 명가인 선조 임금의 사액 글씨로 전해지며, 당대 최고 서예가였던 한석봉(한호)의 글씨체라는 견해도 함께 전해집니다. (기록상 1607년 선조가 '도동(道東)'이라는 사액을 내리면서 당대 명필에게 쓰게 하여 하사한 글씨입니다.)
- 의미와 유래: '도동(道東)'은 "성리학의 도(道)가 동쪽(조선)으로 왔다"는 뜻입니다. 공자-맹자-정자-주자로 이어진 유학의 정통 맥락이 퇴계 이황을 거쳐 한강 정구, 그리고 이 서원에 모셔진 한훤당 김굉필(金宏弼) 선생에게 이어졌음을 칭송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 '중정당(中正堂)' 현판
- 글씨의 인물: 한강 정구(鄭經典) 선생의 글씨로 전해집니다. 한강 선생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두 거장의 학문을 모두 전수받은 인물이자, 김굉필 선생의 외증손이자 학맥을 이은 제자입니다.
- 의미와 유래: '중정(中正)'은 유학(주역 및 주돈이의 통서)에서 가장 강조하는 최고의 도덕적 가치로, "치우치지 않고(中) 바르다(正)"는 뜻입니다. 학문을 탐구하고 마음을다스리는 유학자의 곧은 마음가짐을 상징합니다.

- 용도: 밤에 서원에서 야간 행사나 의식(향사, 강학 등)을 진행할 때 관솔불이나 숯불을 피워 마당을 밝히던 조명대(조명 기구)입니다.
- 위치: 보통 강당인 중정당 앞마당의 동쪽 혹은 서쪽 한편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도동서원 사당 계단은 가파르고 좁아서 절로 몸을 숙이게 만드는 '겸손의 계단'입니다. 계단 주변과 기단에 새겨진 용머리는 화재를 막는 수호신이며, 꽃문양과 태극문은 성숙한 군자의 품격과 성리학적 진리를 뜻합니다.
사당은 강당 뒤의 경사진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으며, 김굉필의 신주를 모시고 있다. 돌층계를 오르면 사당의 출입문인 3칸 규모의 삼문이 나타나고, 삼문을 들어서면 사당이 있다. 사당은 전면에 퇴칸이 없는 3칸 규모의 맞배지붕이며, 내부는 통칸으로 처리되었다. 전면에는 각 칸마다 2짝 당판문을 설치하였다.





사당은 서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며, 조선 초기의 대성학자 김굉필 선생을 주벽으로 하고 그의 학문을 이은 정구 선생을 함께 모신 제향 공간입니다.

도동서원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한훤당고택이 있다. 김굉필 사후 11대손 김정제가 터를 잡고 300년 넘게 대를 이어온 종택으로, 최근 몇 년 새 예쁜 한옥 카페로 이름났다. 품격 높은 고가에서 만든 전통차와 유기농 커피를 즐기며 특별한 시간을 누려보자. 한옥스테이도 운영한다. 금계포란형 명당이라니 하룻밤 묵어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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